대출을 제때 갚지 못했을 때 부과되는 연체이자율의 법령 근거가 4년 가까이 잘못 적용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연체이자 체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이를 파악하고 뒤늦게 바로잡았지만, 기존에 금융회사들이 받은 연체이자는 잘못된 법령에 따른 것이지만 유효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 시행령 제9조 제3항 제2호에 따른 여신금융기관의 연체이자율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이는 금융위 고시(告示)다. 금융회사들은 금융위 고시를 근거로 대출자들이 원리금을 연체할 경우 높은 연체이자율을 적용해왔다.
그런데 금융위가 개정했다고 밝힌 대부업법 시행령 제9조 제3항 제2호는 연체이자율이 아닌 신용조회비용, 즉 대출자의 신용을 조회할 때 드는 비용에 관한 규정이다.
연체이자율을 규정하던 시행령 조항은 2014년 9월 3일 ‘제9조 제4항 제2호’로 변경됐다. 시행 시기는 이듬해 1월 1일이었다. 그런데도 연체이자율에 관한 금융위 고시는 개정 전인 ‘제3항’을 근거로 삼아왔다.
결국 정부는 연체이자율과 직접 상관없는 신용조회비용 규정을 근거로 연체이자율을 규율했고, 금융회사는 이를 근거로 연체이자를 부과해 온 셈이다.
금융위는 최근 이런 사실을 확인, 법제처 심사를 거쳐 고시를 ‘제3항’에서 ‘제4항’으로 바꿨다. 금융위 관계자는 “잘못된 조항으로 적용돼 온 사실은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잘못된 법령 조항이 지금껏 대출자들에게 부과된 연체이자의 효과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보도참고자료에서 “인용 오류가 있는 경우 입법취지, 연혁, 실체적 내용 등을 반영해 인용을 바로잡아 운용하는 게 판례”라며 “종전 고시의 인용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규정의 효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기존의 고시가 근거를 둔 시행령 조항은 틀렸지만, 고시의 내용은 연체이자율 부과에 관한 것이었던 만큼 금융회사들의 연체이자 부과에 법률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신금융회사가 종전 고시를 위반해 연체이자를 부과했다면 제재 등 행정처분 대상”이라면서도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라 이를 근거로 행정처분을 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은 ‘시행령 제9조 제3항 제2호에 따른 연체이자율은 대부이자율에 연체가산이자율을 합산한 이자율로서, 이 경우 연체가산이자율은 100분의 12(12%)를 말한다. 다만, 이는 여신금융기관이 100분의 25(25%)를 초과해 연체이자율을 받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한다’고 돼 있다.
연체이자율은 약정금리에 연체가산금리를 더해 산출한다. 이 연체이자율이 25%를 넘어야 이 조항이 적용되는데, 여신금융회사가 아닌 대부업체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금융회사가 25% 넘는 연체이자율을 적용한 사례가 없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금리 자율화 정책권고 이후 이 조항은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이번에 연체이자 체계를 들여다보면서 문제점을 발견해 고치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올해 초 약속한 ‘취약·연체차주(借主) 지원방안’에 따라 전날 연체이자율 상한을 ‘약정금리+최대 3%포인트’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은 “법치주의를 강조해 온 정부가 잘못된 법령을 근거로 행정행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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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