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늙어가는 한국, 스마트 에이징을 위해

김용기 매일유업 사코페니아 연구소장

김용기 매일유업 사코페니아 연구소장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인 노인 인구비율이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는, 2026년에는 그 비율이 20%를 돌파하며 초고령사회로 들어설 전망이다. 2000년 고령화사회가 된 이래 단 17년 만에 고령사회로, 또 다시 9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갈아타는 셈이 된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옮겨 간 속도가 일본(24년), 독일(40년), 미국(73년), 프랑스(115년) 등 선진국과 비교해 훨씬 빠르다. 이러한 고령화 추세는 전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급격한 진행 속도라 할 수 있다.


빠르게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노년기 만성질환 유병률 역시 증가하고 있다. 그중 최근 하나의 당연한 ‘현상’에서 대비해야 하는 ‘질환’으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사코페니아(Sarcopenia)다. 사코페니아(Sarcopenia)는 팔과 다리 등을 구성하는 골격근과 근력이 정상보다 크게 줄어드는 근감소증으로, 근육이란 뜻의 사코(sarco)와 부족 및 감소를 의미하는 페니아(penia)의 합성어다.

일반적으로 30대 이후 근육량의 점진적인 감소가 일어나는데 노화에 따라 40대에서 70대까지 10년마다 전체 근육량의 8%, 그 이후 10년마다 15%까지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근감소증에 대해 미국은 2016년 질병코드(M62.84)를 부여했다. 국내에서는 근감소증이 아직 정식 질병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고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대표적인 노인 질환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열린 제5회 대한근감소증학회에서는 노년기 유병률이 높은 고관절 골절, 만성호흡부전, 만성신질환, 골다공증,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과 근감소증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연구진과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이제 더 이상 근감소증을 단순한 노화현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노년기 만성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기 위한 근감소증 예방 노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향후 10년이 지나면 골다공증처럼 노인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노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근감소증에 대한 노쇠 코호트 연구가 다수 진행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보건복지부의 한국노인 노쇠 코호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의료분야와 연관돼 있는 만큼 내분비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호흡기내과 등의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관심은 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치료제는 없어 현재로서는 예방이 최선책이다. 의료진은 예방을 위해 운동과 함께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15.6%는 영양섭취가 부족한 상태이며 특히 근감소 예방에 중요한 단백질 섭취 실태는 더욱 열악하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은 단백질을 권장량보다 덜 먹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질적인 노년기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서는 노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영양교육, 노인을 위한 영양보충 등 구체적인 예방 서비스 마련을 위한 사회,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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