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6일 인천시 한국GM 부평공장 홍보관에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가 사장실을 점거하는 등 GM 노사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결국 정부가 개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노사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GM 본사가 신차 배정 등 투자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마저 제기되자 정부가 개입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사장실을 무단 점거했던 노조도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부평공장 방문을 앞두고 일단 점거를 해제했다.
백 장관은 6일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을 만나 원만한 노사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방문은 일정에 없던 것으로 한국GM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사 대타협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양측의 극한 대립이 고조되자 백 장관이 전격 결정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백 장관은 카젬 사장에게 “한국GM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노사협상이 조속히 타결돼야 한다”며 “사측이 보다 적극적으로 노조를 설득하는 노력을 해달라”고 말했다.
백 장관은 노조에도 노사협상의 조기 타결을 위해 노력하고 과격한 행동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백 장관은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적인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조가 대승적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 장관의 부평공장 방문은 정부의 GM 해법을 찾는 스탠스에 변화가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그동안 한국GM의 노사 문제에 대해서는 ‘자율합의‘라는 원칙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경영 실사와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검토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임금을 놓고 격화되는 노사 갈등이 GM 사태 수습의 마지막 장애물로 부각되자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GM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조의 협조가 필요하며 신차를 한국에 배정하기 위한 요건 중 하나로 수차례 노사 합의를 거론한 것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 불씨를 당겼다. 이날 백 장관과의 면담에 참여한 한 노조 관계자는 “백 장관이 카젬 사장에게 노조를 그렇게 다그쳐선 안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며 “노조 측에도 사측과 원만히 합의를 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한국GM 경영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협력업체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안 그래도 어려운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정부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백 장관은 회동 말미에 “앞으로도 노사 간 자율 협상 과정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경우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할 것이며 한국GM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GM 노조와 카허 카젬 사장 등 경영진은 성과급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여왔다. 카젬 사장은 5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금난으로 회사는 2017년 임금 협상에서 약속한 2차 성과급을 예정된 6일에 지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노조가 물리력을 동원해 사장실을 강제 점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조는 이날 점거를 끝내면서 사측과 대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GM의 유동성이 바닥난 것을 고려하면 성과급 지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는 10일로 예정된 생산직의 4월 급여 역시 현재로서는 못 나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다만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실사가 끝날 때까지 구체적인 지원 여부 등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한국 GM이 노사 간 합의를 원만히 종료할 경우 경영 정상화를 위한 후방 지원에 동참할 준비를 서서히 갖추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지금 노사 간 대타협으로 보고 있다. 신차 배정 의사도 확인했다”며 “노사 문제가 해결되면 일단 큰 장애물을 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평=박형윤기자, 조민규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