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히오 가르시아가 6일 마스터스 1라운드 15번홀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연못을 바라보고 있다. /오거스타=AP연합뉴스
디펜딩 챔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15번홀(파5)에서 13타를 적는 ‘참사’를 겪었다.
6일(한국시간) 마스터스 첫날 206야드에서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연못에 빠졌고 벌타 드롭한 네 번째 웨지샷도 빠졌다. 6·8·10번째 샷까지 다섯 차례나 연못에 빠뜨렸다. 연못은 그린에 올라간 볼을 계속 빨아당겼다. 한 홀에서만 8오버파를 적는 옥튜플보기. 13타는 마스터스 사상 15번홀 최악의 스코어이며 한 홀 최다 타수 타이기록이다. 앞서 점보 오자키(1987년), 벤 크렌쇼(1998년), 이그나시오 가리보(1999년)가 15번홀에서 11타를 쳤다. 톰 웨이스코프는 1980년 12번홀(파3)에서, 토미 나카지마는 1978년 13번홀(파5)에서 13타 만에 빠져나왔다.
버디 4개와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에 옥튜플보기를 적은 가르시아는 9오버파 81타로 마쳤다. 87명 중 공동 85위로 대회 2연패는커녕 컷 탈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가르시아는 “불운이었다는 말밖에 못 하겠다. 볼이 멈추질 않았다”며 허탈해했다.
가르시아가 겪은 ‘대재앙’은 유명한 골프 영화인 ‘틴컵(1996년)’을 떠오르게 했다. 케빈 코스트너가 연기한 주인공 로이 매커보이는 US 오픈 우승을 앞두고 있었으나 마지막 18번홀에서 불운과 마주했다. 볼이 자꾸만 그린에서 흘러내려 물로 향한 것. 이 홀에서 12타를 적은 매커보이는 결국 우승을 놓쳤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으로 메이저 무관의 한을 푼 가르시아는 이후 결혼도 하고 딸도 얻었다. 결혼 피로연 때는 마스터스 우승으로 얻은 그린재킷을 입었고 딸 이름도 오거스타 13번홀의 이름인 ‘어제일리어(Azalea·철쭉)’라고 지었다. 가르시아에게 오거스타는 인생 최고의 순간을 선물해준 곳인 동시에 최악의 악몽을 안긴 장소로 기억되게 됐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