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지난 달 28일 판문점에서 북측 경비병들이 남측 지역을 주시하고 있다./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이 3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회담 의제와 후속 조치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대 현안은 단연 북한의 비핵화다. 군사적 긴장감을 낮추고 평화 분위기를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선 남북간 군사문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진무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역대 남북군사회담 평가와 대북협상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18년 남북간 첫 번째 만남이었던 1월 9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군사 당국간 회담 개최를 합의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간 긴장완화와 평화가 남북관계 개선의 선결 조건이라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후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을 먼저 개최하게 됨에 따라 남북 당국간 군사회담 개최는 잠정적으로 연기됐지만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군사관계 발전에 대한 개략적인 합의와 함께 국방장관회담 개최를 통해 구체적인 군사문제 협의를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은 향후 개최 될 남북 당국간 군사회담에 앞서 대비 차원에서 과거 군사회담 사례들을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 이후 남북군사회담 50회 개최=2000년대 이후 남북 군사회담은 50차례 정도 열렸다. 김대중 정권 당시 15회, 노무현 정권 29회, 이명박 정권 4회, 박근혜 정권 2회 등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는 대령급 군사실무회담을 열어 쌍방입장만 교환했고, 마지막 군사회담인 2015년 2+2회담은 북한 목함지뢰 도발과 관련해 조성된 남북간 군사적 긴장 해소를 위해 열렸다. 당시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에 맞서 우리 군이 보복조치로 대북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확성기 철거를 요구하며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이에 다시 우리 군은 워치콘 격상과 한미연합 무력시위에 나섰다. 결국 북한이 먼저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고, 판문점에서 무박 4일 동안 회담을 진행해 6개 조항을 담은 남북공동합의문을 도출했다. 하지만 이를 끝으로 남북 관계는 교착 상태로 빠져들었다.
◇“北, 군사적 신뢰구축 논의에 소극적”=김 연구위원은 역대 남북군사회담을 들여다보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핵심 사안인 “군사적 신뢰구축 논의에 북한이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며 “오히려 남북관계 주도권 장악과 남한의 대북 지원을 요구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서 군사 위협을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 정부의 경제 지원과 교류 확대가 평화를 가져온다는 한국 정부의 인식을 역이용하면서 군사 협상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를 수용하면 향후 단계적으로 더 많은 군사적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이렇게 되면 북한군이나 주민의 대적관이 약화 돼 결국 체제 결속 와해 및 정권 통제력 약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北, 향후 회담서 ‘이중전략’ 구사 전망=그렇다면 남북정상회담 이후 따라올 군사회담에선 북한이 어떤 전략을 취하게 될까. 김 연구위원은 “협상과 합의에는 적극적으로 임하되 실행은 소극적인 이중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과거 군사회담에서도 북한은 수많은 합의를 했지만 실천으로 이어진 사례는 찾기가 쉽지 않다. 또 과거 사례처럼 경제적 실리 추구를 위한 의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한강 하구 모래 채취,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경협과 관련된 군사적 보장 문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 국제사회 대북 제재 압박의 강도가 굉장히 높은 만큼 경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사회담을 이용할 가능성이다.
김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를 고려해볼 때 향후 군사회담의 목표는 단기 성과가 아닌 남북군사 대화의 모멘텀 유지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북간 군사 문제 협상 과정에서 한미간 불협화음이 증폭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도 고려하는 협상을 추진하고, 군사문제 협상체제, 즉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장기적
관점에서 신뢰를 쌓아가면서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