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총선일인 8일(현지시간) 투표장에 들어서고 있다. /부다페스트=AP연합뉴스
올해 유럽 정치 최대 이벤트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헝가리 총선이 8일(현지시간) 시작했다. 집권 여당 피데스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반유럽연합(반EU), 반이민주의자인 빅토르 오르반(54) 총리가 4선 총리 타이틀을 쥐게 되면 동유럽의 민족주의 열풍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헝가리자유언론 등은 이날 오전6시부터 오후7시까지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의원 199명을 뽑는 총선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집권 여당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피데스와 위성정당인 기독민주국민당(KDNP) 연합이 133석을 확보할지도 최대 관심사다. 앞서 지난 3월 실시된 7번의 여론조사에서 피데스·KDNP 연합은 41∼5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당이 개헌 가능한 의석수 3분의2를 확보하게 된다면 4연임이 유력한 오르반 총리의 민족주의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오르반 총리는 북아프리카와 아랍에서 이민자들이 물밀 듯 유럽으로 들어오자 EU의 난민분산 수용 정책을 거부하고 세르비아 국경지대에 레이저 철조망을 설치했다. ‘반인도주의자’라는 주변의 비판에도 “난민은 독(毒)”이라고 주장하면서 난민 신청자들의 거주 자유를 제한하고 이들을 송환구역에 집단 수용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오르반 총리가 4선에 성공하면 EU와의 긴장감도 격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 오스트리아·이탈리아·체코 등에서 반난민 기치를 내건 우파가 선전하면서 EU의 난민수용 정책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헝가리가 독일·프랑스 등 서유럽 중심으로 운영되는 EU 체제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동유럽 국가들이 EU 가치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10여년 만에 새로운 분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