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감원장 로비성 외유 논란 어물쩍 넘어갈 일 아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원장은 2015년 5월 우리은행의 중국 충칭 분점 개점행사에 참석한 뒤 이튿날 인도에 낼 새 점포 후보지를 둘러봤다. 그는 같은 달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초청으로 9박10일 일정으로 미국과 유럽도 다녀왔다. 2014년에는 한국거래소 돈으로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기도 했다.


해외 출장 그 자체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피감기관이 모든 비용과 편의를 제공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피감기관의 해외 출장 요청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은행 해외 출장에는 당시 정우택 정무위원장 등도 제의를 받았으나 “부적절하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누가 보더라도 이것이 정도다. 김 원장의 피감기관 해외 출장은 자질과 처신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도덕성마저 의구심이 들게 한다. 만약 그가 시민단체 활동을 계속했다면 이런 국회의원의 행태를 어떻게 봤을까. 부패·부정 정치인 퇴출운동을 주도한 전력을 본다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를 다녀왔으니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김 원장의 뒤늦은 해명은 실망감을 더 키운다. 본인이 직접 해명한 것도 아니고 참고자료 배포로 대신했다. 이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뿐더러 의혹만 키울 뿐이다. 피감기관의 로비가 실패했다고 해서 문제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뜩이나 금감원은 채용 비리로 국민적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 아닌가. 김 원장은 얼마 전 “감독당국의 권위는 칼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때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고 밝힌 바 있다. 정작 본인이 자질과 도덕성 시비에 휩싸이고서 어떻게 금융개혁을 이끌고 당국의 권위를 회복할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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