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 권기홍 위원장./송은석기자
대담=이규진 성장기업부장 sky@sedaily.com
“오래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특히 임금격차 해소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이렇게 쌓아놓은 ‘말빚’이 있으니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직을 제안받았을 때 이를 갚을 때가 됐다고 생각했죠.”
지난 6일 서울 구로동 키콕스벤처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권기홍(69·사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최대 과제는 임금 격차 해소”라며 “정부에서도 문제의 핵심이 임금 격차라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인 만큼 동반위도 이에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대·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가 최대 20%포인트나 늘었다며 동반위가 앞장서 이를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는 합의만으로 될 일이 아닌데다 원인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 노동자들 간 관계, 노사 간 관계 등 중첩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모든 해결책이 갖춰져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중에서도 동반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에서 생기는 임금 격차를 좁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물건을 납품하고 제대로 돈을 받아야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이 부분이 우리가 담당할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노사정위원회가 ‘연대임금’을 강조하며 노조를 설득해 노동계 내부의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강제력을 갖고 개입한다면 동반위는 기업 간의 불공정한 관계를 개선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격차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가 일종의 연대임금을 추구하겠다고 말하는 등 노동 현장에서 분위기가 조성되는 만큼 향후 동반위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 위원장은 “연대임금이 추구된다면 당연히 기업이 참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1차적으로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것들을 모두 합해서 기업 간에 발생하는 임금 격차를 줄여나갈 효과적인 방법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후속 제도로 법제화가 추진 중인 생계형 적합업종에 대해서는 법에 의해 규율이 되는 부분과 현재처럼 합의로 할 수 있는 부분, ‘투트랙’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런 부분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위원장은 “정부가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이뤄 스스로 ‘적합업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기업을 굳이 규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경우 법적 규제를 받기보다는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된 합의를 이루는 것을 선호하는 기업이 더 많아지게 되고 동반위의 역할 역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합의한 대기업이 이를 어기더라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 하지만 법제화가 되면 정부 차원에서 제재 수단을 가동할 수 있는 만큼 동반위가 좀 더 강한 실행력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한 일각의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권 위원장은 “적합업종 지정이 최선의 방식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많은 이들의 생존권이 달린 만큼 국가가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상공인 간의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이 낮아지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적합업종을 지정하지 않아야) 과당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일리가 있다”면서도 “경쟁이 완화되는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발생하는 ‘생존의 문제’를 국가가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당장 고통이 심해 진통제를 맞아야 하는 상황인데 진통제는 장기적으로 몸에 해로우니 영양제를 맞아야 한다는 것이 맞느냐”며 “장기적인 정책과 단기적인 대응이 함께 가야 균형이 생긴다”고 진단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납품단가 인상 요구 등을 해결하는 데도 동반위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인건비 등 단가 상승 요인이 발생했을 때 단가의 재조정이 가능하겠지만 이 경우 대기업에 마진을 줄이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 이들 간에 합의할 만한 수준을 제시하며 중재에 나서야 한다”며 “이런 골치 아픈 역할을 누가 떠맡으려 하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동반위이고 상생협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설파했다. 특히 “30대 대기업의 유보 이윤이 650조원이 넘는다는데 이 정도 여력을 가지고 (최저임금 인상)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불가능한지 잘 모르겠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인상해도 1차 협력업체 등 상위 벤더 기업이 2-3-4차 중소 협력업체에는 단가를 올려주지 않는 현상과 관련해 권 위원장은 상생결제 시스템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중소기업 내에서도 많은 격차가 있고 먹이사슬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상생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1차 벤더가 대기업들로부터 받은 비율 이상으로 하단의 기업들에 상생결제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생결제 시스템이란 협력업체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신용도의 낮은 금리로 상생매출채권을 현금화해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를 뜻한다. 현금을 조기에 조달할 수 있고 구매기업의 부도 위험 없이 안전하게 대금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1차 협력업체에만 도입되고 2차 이하 협력업체에는 도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상생결제로 납품대금을 받은 기업이 후순위 협력업체에 상생결제나 현금으로 결제하게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차 이하 협력업체도 수혜를 입게 됐다.
권 위원장은 상생결제 시스템이 완전한 정답은 아니라며 동반위의 역할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30% 이상 지급하라’는 식의 강제적 요인만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경제적 유인이나 권유 등 여러 가지 노력이 따라야 한다”며 “동반위가 이 부분을 맡아야 하는데 일종의 ‘동반문화 확산’을 계속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자발적인 노력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권 위원장은 협력이익배분제에 대해서도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어 놓고 나머지 20~30%는 협의를 통해 적용하게 해야 기업들로 하여금 채택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협력이익배분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연구용역을 맡겨 최종안을 다듬고 있다. 그는 “한 사람이 한 가지 재료를 가지고 물건을 하나 만든다면 원가를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지만 대형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 경우에는 계산이 복잡해지지 않느냐”며 “협력에 의해 생긴 이익인지, 협력이 없었어도 생길 만한 이익인지를 계산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며 중기부 최종안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현장에 맞게 적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동반성장지수의 개선 의지도 분명히 했다. 권 위원장은 “현재 설문조사를 통해 체감도 조사를 하고 있는데 정량적 지표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며 “실적 평가가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내부적으로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정리=김연하·심우일기자 yeona@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He is…
△1949년 대구 △1968년 경북고 졸업 △1973년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1975년 독일 알베르트 루트비히스 프라이부르크대 경제학 학사 △1979년 동 대학 경제학 석사 △1984년 동 대학 경제학 박사 △1985~2005년 영남대 상경대학 경제학과 경제금융학부 교수 △1996~2000년 사단법인 대구사회연구소 소장 △1997~1998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1997~2003년 사회복지법인 더불어복지재단 이사장 △2002~2003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여성분과 간사 △2003~2004 20대 노동부 장관 △2005~2008 14대 단국대 총장 △2008~2013 단국대 상경대학 경제학과 교수 △2018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