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설치관리 플랫폼 ‘쓱싹’ 앞세워 작지만 강한 스타트업으로 거듭난다

강소기업 CEO를 찾아서 | 이화랑 슬로그업 대표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슬로그업은 조금 독특한 스타트업이다. 온라인에서 토론하는 새로운 커뮤니티를 지향했지만, 엉뚱하게도 온라인·모바일 기반의 O2O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자체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외부 프로젝트도 맡아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양한 업무를 막힘없이 진행하는 슬로그업의 능력자들은 오히려 자신들을 ‘평균 이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화랑 슬로그업 대표를 만나 각종 물음표로 가득한 이 회사의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슬로그업 사무실에서 만난 이화랑 대표.


“강백호 같은 인재를 찾습니다.”

스타트업 업계에 관심 있거나 혹은 몸 담고 있는 독자라면 이 문구를 한 번 쯤 봤을 것이다. 이 문구는 바로 스타트업 슬로그업(Slogup)이 내건 구인 광고 제목이다. 우선 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강백호’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강백호는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빨간 머리의 그 주인공이 맞다.

잠시 강백호의 만화 속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전형적인 사고뭉치 고등학생이던 강백호는 우연히 마주친 여학생과 사귀겠다는 일념으로 그녀의 오빠가 주장으로 있는 농구부에 입단한다. 한 번도 농구를 해본 적 없는 ‘풋내기’지만 타고난 운동신경,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어느새 ‘진짜 농구 천재’로 성장한다.

‘강백호 같은 인재’는 바로 슬로그업에 찾고 있는 인재상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공고문은 ‘실력은 미완성이지만 근성 하나는 비밀병기 급인 분’이라며 강백호 같은 인재의 뜻을 ‘친절하게’ 기재하고 있었다. 이화랑 대표는 말한다. “솔직히 슬로그업에는 대기업 퇴사자, 유학파 등 기존 스타트업에서 볼 수 있는 스펙의 인재들은 없습니다. 도전 정신 하나로 뭉친 인재들이 모여 지금의 슬로그업을 만들어냈죠.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슬로그업을 ‘북산같은 회사’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균 이하의 선수들이 근성 하나로 뭉쳐 전국대회에 진출했던 북산처럼, 슬로그업도 근성과 노력을 앞세워 꾸준히 성장해나갈 것입니다.”

이화랑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어찌 보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창업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가 다녔던 학교는 정부에서 지정한 ‘창업선도 대학’이었다. 당연히 주변에 많은 선후배, 동기들이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물론 주변의 흐름에 이끌려 창업을 하지는 않았다. 평범한 학생이었던 이 대표는 대학 시절 우연히 지인이 소개해 준 프로그래밍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창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자신의 손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자신만의 사업을 꿈꿨고 결국 창업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지인과 함께 창업한 슬로그업이었다. 슬로그업은 슬로건(Slogan)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다. 온라인에서 소통하고 토론할 수 있는 일종의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과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들이 만났기에 어쩔 수 없는 갈등이 표출됐다. 결국 공동 창업자가 빠져나가면서 슬로그업에 이화랑 대표 혼자 남게 됐다.


당시 상황을 이 대표는 이렇게 회상한다.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덜컥 회사를 운영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힘들수록 소통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했지만 그러질 못했어요. 그 땐 서로 간에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죠. 그래서 지금 많이 반성을 하고 있어요. 어쩔 수 없이 헤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당시의 경험은 회사를 운영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부분에서 큰 자양분이 됐습니다. 아, 물론 지금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함께 했던 절친이거든요(웃음).”

그렇게 공동창업자를 떠나보낸 이화랑 대표는 당시 진행하고 있던 슬로그업의 첫 번째 프로젝트를 혼자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혼자서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함께 할 동료가 필요했다. 그렇게 그는 동업자를 찾아 나섰고, 당시 만난 김상천 이사(마케팅), 김승중 이사(개발)가 지금도 슬로그업에서 함께 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스타트업 ‘슬로그업’은 열정으로 정상에 오른 스타트업 업계의 ‘북산’을 꿈꾸고 있다.


슬로그업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첫 번째는 바로 외주 서비스 제작이다. 외부에서 서비스 개발 의뢰가 들어오면 이를 수행해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SK네트웍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빌리티 통합 멤버십 서비스 ‘모스트(Most)’다. 슬로그업은 원래 모스트(구 자몽) 서비스의 2차 하청업체였다. 1차 하청업체의 업무 중 일부를 맡아 개발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슬로그업의 기술력을 눈여겨본 SK네트웍스 관계자가 직접 계약을 제안했고, 현재 모스트의 개발운영 작업을 전담하고 있다.

또 하나의 카테고리는 자체 서비스 운영이다. ‘팀 빌딩(Team building)’ 형식으로 시작한 첫 번째 서비스는 소셜 데이팅 앱 ‘봄블링’이었다. 이 사업은 성과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꾸준히 서비스를 할 수도 있었지만 과감히 접었다.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후 슬로그업이 선보인 서비스가 최근 가장 역점에 두고 진행 중인 ‘쓱싹’이다.

쓱싹은 원래 에어컨 설치 견적서비스로 출범했다. 이는 이화랑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였다. 이 대표는 말한다. “사무실에 에어컨 설치를 하려고 주변 에어컨 설치 업체를 검색했는데 가격이 천차만별이더군요. 어떤 업체, 어떤 기사님에게 의뢰를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왔습니다. 그래서 에어컨 설치 견적을 한 눈에 쉽게 볼 수 있는 서비스를 한번 만들어 보자 생각했어요.” 그는 망설임 없이 즉각 개발에 돌입했다. 기존 외주 개발을 맡고 있는 극소수 인원을 제외하고 전 직원이 쓱싹 서비스 개발에 올인 했다. 워낙 탄탄한 개발력을 갖고 있는 회사였기 깨문에 서비스 론칭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탄생한 쓱싹은 출시 1년도 안돼 누적 거래액 6억 원 이상을 돌파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에어컨 설치 기사들 사이에서도 ‘만족스러운 서비스’라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다른 제품의 설치기사들에게도 쓱싹을 사용하고 싶다는 문의가 꾸준히 들어왔다. 현재 쓱싹은 에어컨 외에도 벽걸이TV, 도어락, 보일러, 방충망 등 6개 카테고리에서 설치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설치·관리에 특화된 플랫폼은 쓱싹이 유일하다”며 “설치기사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현재 전국 700곳 이상의 설치업체들이 쓱싹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쓱싹은 설치기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CCTV 설치, 태양광패널 설치 등으로 서비스 카테고리를 늘려갈 계획이다.

스타트업과 투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투자를 받아야 안정적인 서비스 개발과 운영이 가능하다. 특히 많은 스타트업들은 투자유치에 성공할 때마다 ‘수 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며 홍보를 한다. 투자 유치는 곧 잠재력과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화랑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물론 필요하면 투자를 받아야 한다는 건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투자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먼저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말한다. “저는 생존을 위한 투자유치에는 반대합니다. 그렇게 하면 훗날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키우지 못해요. 보다 나은 서비스, 더 획기적인 아이템의 구체화 등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받아도 된다고 봅니다. 저희도 올해 말 쯤 사업 고도화를 위한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슬로그업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았다. 부족한 자금은 외주 사업으로 충당했다. 그 동안 진행해온 외주 사업은 ‘쓱싹’과 같은 자체 서비스의 성공적인 개발·운영을 위한 기반이 됐다. 이 대표는 “외주 사업을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슬로그업의 당면 목표는 쓱싹 서비스를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설치관리 플랫폼’으로 키우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사업에 대한 생각도 있지만, 아직 구체화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이화랑 대표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말한다. “사실 회사의 주력 서비스와 회사명은 같이 가는 경우가 흔하잖아요. 하지만 쓱싹과 슬로그업은 전혀 매치가 안 됩니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선 이참에 회사이름을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결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슬로그업은 제가 제 명의로 만든 첫 회사니까요. 그만큼 상징성도 있죠. 무엇보다 창업 초기 슬로그업이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리 회사가 여전히 굳건하게 잘 하고 있다는 걸 말이죠.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성장해나갈 슬로그업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