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지난 6일 벌어진 삼성증권(016360)의 우리사주 배당사고와 관련해 삼성증권과 거래를 끊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기금의 돈을 받아 운용하는 민간 자산운용사도 거래를 끊을 수 있고 적어도 올해는 삼성증권과 거래를 재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처럼 삼성증권의 지분을 들고 있으면서 주식을 거래하는 삼성생명(032830)은 우리사주 배당과 주식 거래는 시스템상 관계가 없다고 밝혀 온도 차를 보였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날 회의를 열어 삼성증권과 직접운용 거래를 중단했다.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삼성증권을 통해 주식과 채권 등을 거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투자 절반은 증권사를 통해 직접 거래하고 나머지는 자산운용사 등에 맡기는 위탁운용 방식을 선택한다. 국민연금은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위탁운용에서도 삼성증권과 거래를 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생명에 이어 삼성증권의 2대 주주여서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따라 소송 등의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연기금·공제회 관계자는 “과거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에 대해 분식회계로 손실 규모가 확정되자 소송을 걸었는데 삼성증권 지분 투자의 경우도 금감원 조사 결과로 손실이 특정되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기금과 공제회 중 규모 2위인 교직원공제회를 비롯해 행정공제회·군인공제회·사학연금·공무원연금도 평가기준에 미달한다며 삼성증권과 거래를 끊기로 결정했다. 군인공제회는 이달 1일부터 삼성증권과 거래하기로 했으나 열흘 만에 이를 철회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증권사 내부통제 문제로 연기금이 거래를 중단하면 일 년 정도는 거래를 재개하지 않는다”면서 “삼성증권은 올해 주식 거래와 관련한 기관 영업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기금과 공제회가 삼성증권과 거래를 끊으면서 이들의 돈을 맡아 운용해온 민간 자산운용사도 거래 중단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삼성증권을 통해 투자상품을 팔기 때문에 연기금·공제회처럼 쉽게 손을 놓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증권 1대 주주인 삼성생명과 관계회사인 삼성화재(000810)는 보험사 자산운용 과정에서 삼성증권과 거래 중단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증권에 돈을 맡긴 게 아니라 주식 거래만 하기 때문에 거래 중단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삼성화재 역시 “삼성증권을 통해 채권만 거래하는데 장외에서 매도자와 매수자를 연결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 역시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삼성증권은 구성훈 사장은 이 날 피해 개인투자자인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거주하는 김모씨(65) 자택을 직접 방문해 사과하고 구제방안을 전달한데 이어 기관투자가를 만나 이번 사태를 설명하고 사과했다. 현재 삼성증권‘투자자 피해구제 전담반’에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434건 이며, 구 사장을 비롯한 임원 27명은 피해투자자 구제가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 기한을 정하지 않고 사과방문을 계속할 계획이다..
/임세원·박호현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