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김치 시장의 무서운 후발 주자, 기본에 충실한 전략으로 1위 정조준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J제일제당이 지난 2016년 론칭한 ‘비비고 김치’가 포장김치 시장 후발주자임에도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포장’과 ‘김치’라는 두 개 핵심 키워드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며 업계 1위를 턱 밑까지 위협하고 있다. 과연 비비고 김치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한때 김치를 담구는 김장은 가정의 연례행사였다. 하지만 포장김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직접 김장을 하는 가정이 많이 줄어들었다. 원재료 값이 상승해 사 먹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농수산물유통센터, 통계청 그리고 주요 포장김치 업계의 자료를 조합하면 현재 국내 포장김치 시장의 규모는 약 1조 3,90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3년 이후 매년 5~9% 가량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가운데 업소용 포장김치를 제외한 순수 가정용 포장김치 시장 매출은 지난해 기준 약 2,100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포장김치 시장의 15%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가정용 포장김치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40%나 급증하며 전제 시장의 성장세보다 월등하게 높다는 부분이다. 이는 1인 가구 및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한 포장김치 수요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꽤 오랜 기간동안 국내 포장김치 시장 1위 브랜드는 대상의 ‘종가집’이었다. 지난 30여년 간 국내 포장김치 시장을 이끌어온 종가집은 경쟁사들의 추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굳건히 1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종가집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브랜드가 있다. 바로 CJ제일제당의 프리미엄 브랜드 ‘비비고’에서 론칭한 ‘비비고 김치’다. 비비고 김치는 빠르게 종가집과의 격차를 줄이며 1위를 정조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비비고 김치의 시장 점유율은 30% 수준을 기록했다. 여전히 종가집의 점유율 50%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6배 이상 벌어졌던 초기 점유율 격차를 감안하면 주목해볼만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사실 CJ제일제당의 김치시장 도전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1999년 김치사업에 뛰어든 CJ제일제당은 지난 2007년 ‘하선정 김치’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포장김치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비비고 브랜드로 김치를 선보인 이후에는 김치를 전담하는 연구 인력을 대폭 늘리며 사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그렇다면 비비고 김치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포장김치라는 본질에 충실한 결과’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비고 포장김치는 포장과 김치라는 두 개의 키워드에 포커스를 맞춰 개발된 제품”이라며 “오랜 연구와 노하우를 기반으로 맛과 보관방식 모두를 사로잡으며 포장김치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비비고 김치의 가장 큰 강점은 당연히 ‘맛’이다. 비비고 김치의 맛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정받아왔다. CJ 관계자가 전하는 비비고 김치의 맛과 관련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CJ사회공헌 담당부서에서 김장 담그기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이날 행사의 취지는 CJ임직원과 외부 초청 인사들이 현장에서 김치를 담궈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목적이었죠. 당시 재료로 활용한 배추와 양념은 모두 비비고 김치 제조에 실제로 사용되는 것들이었습니다. 두 시간여의 김장이 끝난 후 갑자기 행사에 참여한 외부 인사들 중 상당수가 ‘담근 김치를 가져가고 싶다’고 말하는 겁니다. 별다른 기대 없이 제공받은 재료로 김장을 했을 뿐인데, 너무 맛이 좋아서 조금이라도 가져가겠다는 거였죠. 물론 행사 취지상 이런 요청은 모두 거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일화에서 보듯, 비비고 김치는 좋은 재료로 최적의 맛을 내고 있다. 비비고 김치는 기본 재료인 소금, 고춧가루, 액젓 등 원재료에 충실하며 제품 차별화를 꾀했다. 정제염이 아닌 자연건조 100%의 천일염을 사용해 식감을 높였고, 아스타(ASTA) 95 이상의 최고 등급의 고춧가루를 사용해 고급스럽고 먹음직스러운 선홍빛 색감을 냈다.

양념도 김치 종류에 따라 액젓, 육수 등을 달리해 최적의 양념 배합비를 찾아냈다. 예를 들어 비비고 김치 제품 중 하나인 ‘비비고 김치 더 풍부한 맛’의 경우 명품덧장 까나리 액젓, 황석어, 갈치 속, 밴댕이, 조기, 멸치로 만든 액젓을 넣어 기존 제품보다 칼칼한 맛과 진한 풍미를 더했다.

또 선조들의 발효기술을 포장김치에도 적용하기 위해 김치를 맛있게 만들어주는 유산균 ‘CJGN34’을 적용했다. 이 유산균은 충북 음성에 마련된 김치 공장에서 직접 배양한 것으로 살아있는 상태 그대로 김치에 주입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시중에 유통 중인 비비고 김치를 정기적으로 수거해 산도와 숙성도를 측정 중”이라며 “증식 중인 유산균을 채취해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체크하는 등 최적의 발효상태 유지를 위한 R&D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선보이고 있는 비비고 김치 제품들.


비비고 김치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강점은 바로 포장기술이다. 아무리 공장에서 맛있게 제조된 김치라 하더라도 유통 과정에서 포장문제로 맛이 변질 된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CJ제일제당 측도 비비고 김치 개발 과정에서 포장기술에 유독 공을 들였다.

우선 특수 설계한 투명 누름판은 김치가 국물에 잠긴 채 유통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김치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고 효모 발생을 억제해준다. 또 신소재인 멤브레인 필터와 산소 유입 방지·가스 배출 유도를 돕는 일방형 밸브를 하나로 결합해 용기를 밀봉했다. 이는 불필요한 가스 및 효모, 국물 누액을 방지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계절마다 다른 배추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형태를 찾기 위해 일주일에 한 차례씩 용기별 품질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약 1년여의 연구 끝에 탄생한 비비고 김치 용기는 김치 본연의 맛을 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CJ제일제당이 개발한 이 용기는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선보인 비비고 김치 소용량 제품에 적용됐다. 이는 사용자 편의는 물론 유통 및 보관 시 맛품질까지도 고려한 결정이다. 특히 생존을 위해 대충 때우는 개념이 아닌 ‘혼자 먹더라도 제대로 먹겠다’는 1인 가구의 식문화 트렌드도 적극 반영했다.

이러한 국내 시장에서의 성과는 비비고 김치의 해외 진출로 이어졌다. 특히 한식과 유사한 식문화를 갖고 있는 동아시아와 동남아 지역에서는 현지 맞춤형 제품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CJ제일제당은 베트남에서 일반 김치와 함께 ‘고수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즐겨 먹는 향신료인 고수를 배추와 함께 양념해 처음 김치를 접하는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CJ제일제당 비비고가 서울광장에서 개최한 서울김장문화제에서 한 외국인이 김장 담그기 체험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피시 소스, 야채 절임 등을 즐겨먹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김치는 낯선 듯 익숙한 맛을 내는 음식”이라며 “한식과 베트남 음식의 유사점에 주목해 현지화한 제품이 바로 고수김치”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김치 오리지널, 더 풍부한 맛, 더 깔끔한 맛의 3종 라인업을 앞세워 국내외 포장김치 시장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또 김치 기반의 쿠킹클래스, 대규모 김장 나눔 행사 등을 적극 진행하는 등 마케팅 활동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재료의 기본부터 다른 최고의 김치를 앞세워 국내 포장 김치 시장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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