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기준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에는 자린고비처럼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렸지만 요지부동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많고 그나마 이용료율을 올린 증권사들도 금리 인상분보다 찔끔 올리는 데 그쳤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브로커리지 1위 증권사인 키움증권은 지난 2016년 7월24일 이후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을 0.55%로 동결한 상태다. 예탁금 이용료율은 ‘예금 금리’와 같은 개념으로 3개월마다 일평균 잔액을 기준으로 이용료율만큼 투자자들에게 이자가 제공된다. 증권사들은 과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직후 예탁금 이용료율을 낮췄는데 한은의 기조가 바뀌면서 지난해 11월 1.25%에서 1.5%로 기준금리가 올랐지만 이용료율 인상에는 반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키움증권 외에도 메리츠종합금융증권·케이프투자증권·대신증권·교보증권·유진투자증권 등이 한은의 인상에도 이용료율을 조정하지 않고 있다.
고객 예탁금에 대한 이용료율을 올린 증권사들도 인상분을 따지고 보면 찔끔 상승에 그쳤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초인 1월8일 예탁금 이용료율을 100만원 이상 기준 0.1%에서 0.3%로 올렸다. 2015년 이후 첫 인상이었지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분(0.25%포인트)보다는 낮은 수치였다. 이외에 SK증권과 유안타증권도 예탁금 이자 제공방식을 조정했지만 이용료율을 올리지는 않았다. 그나마 대형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만 기준금리 인상분과 유사한 수준으로 이용료율을 상향 조정했다.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이 증권사들이 가져가는 수익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객 예탁금은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에 맡겨 자금을 운용하는데 이로 인해 얻는 수익이 지난해 상반기 1.4%에 달한 것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이자는 절반도 안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주요 증권사들 중 현대차투자증권이 0.8%로 가장 높은 예탁금 이용료율을 지급하고 있고 대부분이 0.7%가 되지 않는다. 올해 초까지 국내 주식 시장 호황으로 한때 고객 예탁금 규모가 30조원을 돌파한 것을 고려하면 증권사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수익을 거둔 것이다.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증권사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 요구는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한은은 이달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동결 전망이 많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고 있어 한은이 깜짝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