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를 앞두고 세 달 동안 하루 20~30잔이 넘는 카푸치노를 만들며 연습했습니다. 연습할 때 쓴 우윳값만 한 달에 80만원이 넘을 정도였으니까요.”
박수혜(25·사진) 바리스타는 지난 3개월간의 대회 준비 과정을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슈퍼바리스타챔피언십(WSBC)’에서 우승하며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WSBC의 경기 진행방식은 간단하다. 두 명의 바리스타가 서로 경쟁하듯이 4분 안에 두 잔의 카푸치노를 만들고 5명의 심사위원이 이를 평가한다.
WSBC의 대회 종목은 ‘4분 안에 예쁜 나뭇잎 모양’ 카푸치노 두 잔 만들기다. 이 두 잔을 만들기 위해 박 바리스타는 3달 동안 낮에는 소속된 바리스타학원에서 바리스타 준비생들을 가르치고 수업이 끝난 뒤 학원에 남아 연습에 매진했다. 박 바리스타는 “그래도 다른 참가자들에 비하면 수월한 훈련 여건이었다”고 말했다. 커피 머신, 충분한 원두를 갖춘 카페 주인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내는 것이다.
박수혜(오른쪽) 바리스타가 이영성(가운데) 서울커피엑스포 위원장으로부터 우승 트로피와 상금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KCA
박 바리스타에게 3연패를 한 비결을 묻자 “WSBC는 거품 위의 나뭇잎 모양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등을 평가하는 전체 평가, 맛 평가, 온도 평가 등으로 상대방보다 점수가 높은 쪽이 우승에 다가가는 방식”이라며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과정뿐 아니라 맛까지 직접 설명해야 하는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보다 간단해 보이지만 쉽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라테 아트를 잘 그리기 위해서는 우유 온도를 낮게 하고 거품을 얇게 해야 하는데 이 대회는 상대방보다 커피가 따뜻해야 하고 거품이 두꺼워야 점수를 잘 받는다”며 “커피의 전체 모양뿐 아니라 맛까지 심사받기 때문에 이런 모든 조건에 충실해야 우승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 있는 WSBC는 한국커피연합회가 주최하며 매해 세계 최대 규모의 상금을 내걸어 바리스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대회다. 폴 바셋과 찰스 바빈스키가 우승한 것으로 알려진 WBC보다도 상금이 많다. WSBC는 올해 3,000만원 상당의 커피 장비 등 부상을 포함해 6,000만원 규모의 상금을 내걸었다. WBC는 월드커피이벤트(WCE)가 개최한다.
대회 시작 전 마음을 가다듬는 박수혜 바리스타./사진제공=박수혜 바리스타
박 바리스타는 “WSBC는 바리스타들이 보다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다”고 말한다. WBC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바리스타가 직접 세계의 여러 산지를 돌며 1·2위를 다투는 생두를 구하고 커피 머신 등 일체의 장비를 준비해야 하는 반면 WSBC에서는 원두, 커피 머신 등 일체의 장비를 제공한다. 그는 “이 대회에서 3연패를 하며 모은 상금액수만 6,000만원이 넘는다”며 “나만의 카페를 차릴 때 쓰려고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상금으로 카페를 열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저만의 카페를 운영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 바리스타가 6년째 일하고 있는 학원은 조만간 경남 밀양의 한 읍에 로스터리 카페를 연다. 박 바리스타는 “이 카페를 중심으로 강릉 커피 거리처럼 밀양에 커피 거리를 만들고 싶다”며 자신만의 카페를 갖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내년에 열리는 WSBC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같은 대회에서 3연승을 하니 저를 미워하는 분도 생기더라고요”라며 멋쩍은 듯이 웃는 그는 올해 WCE가 여는 라테아트챔피언십에 참가할 예정이다. 올해 그와 우승 트로피를 다툰 결승 상대는 2016년 이 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엄성진 바리스타였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