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고, "그 전말이 궁금하다!"


지난주에 삼성증권에서 일어난 사고 들어봤어? 담당 직원의 실수로 유령주식이 생겨서 삼성증권 주식이 급락했다는데,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건지 설명해 줄게.

우선 공매도가 뭔 지부터 알아야 삼성증권 사태를 이해할 수 있어.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벌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간단해.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되겠지. 이게 일반적인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이야. 그런데 기관투자자 등 일부 ‘큰 손’들은 주식 시장에서 이걸 반대로 해서 돈을 버는 방법이 여럿 존재해. 공매도(空賣渡·short selling)가 가장 초보적인 기법 중에 하나야. 말 그대로 ‘가지고 있지 않는 주식을 판다’는 뜻이지.

가령 A종목이 고평가돼있다고 생각하는 투자가 B가 있다고 보자. 그는 주식은 없지만 매도 주문을 내서 A종목 주가를 떨어뜨려. 갖고 있지도 않는 주식을 팔았지만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만 주식을 구해 매입자에게 주면 돼. 그동안 주가가 1만원에서 7,000원으로 떨어졌다면 1만원에 판 주식을 7,000원에 사들인 꼴이기 때문에 주당 3,000원의 차익이 생기지. 반대로 B는 주식을 팔아치웠는데도 다른 투자가들은 사들이면서도 주가가 올랐다면 B는 손실을 보게 되지.

공매도는 두 종류가 있어. 처음부터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식을 빌려준 사람에게 이를 갚는 ‘차입 공매도’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팔기로 한 뒤 시장에서 주식을 구해 계약을 지키는 ‘무차입 공매도’야.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을 팔기부터 한다니 듣기만 해도 정말 위험하지? 실제로 이런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 시장을 교란시키고 개미들을 눈물짓게 하는 ‘공공의 적’이야. 공매도 작전 세력들이 싼값에 주식을 구하기 위해 악성 루머를 퍼뜨리기도 하고, 주식 가격이 예상과 달리 급등해 버려서 주식을 구하지 못해 계약을 지키지 못하는 사고를 치기도 하거든.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가 성도이엔지라는 주식 34만주를 공매도한 뒤 15만주에 대한 계약을 ‘펑크’내는 사건이 있은 뒤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그래서 주식을 빌려서 파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고 있지. 그런데 공매도가 삼성증권 사태랑 무슨 상관이냐고? 4월은 주식을 가진 사람들이 배당을 받는 달이야. 삼성증권은 주주들에게 주식배당이 아니라 현금배당을 하기로 결정했어. 1주 당 1,000원으로 배당금이 결정됐지.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가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사 대표이사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서울경제DB

담당 직원은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조합원 2,018명에게 현금 배당 28억1,000만원을 지급해야 했어. 그런데 대체 어디에 정신을 팔고 있었는지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1주당 1,000원의 현금 배당이 아니라 1주당 1,000주의 주식 배당을 해버린 거야. 삼성증권 주식의 전체 발행규모보다 많은 28만 1,000만주의 ‘유령주식’이 담당 직원의 클릭 한 번에 생겨난 거지. 금액으로 무려 112조원이야. 엄청나지? 이게 6일 오전 9시 30분에 벌어진 일이야.

이때 까지만 해도 큰 피해를 막을 시간은 있었어. 전 직원에 대한 주문을 회사에서 막아버리면 주식을 팔 수 없기 때문에 ‘골든타임’은 존재했던 거지. 하지만 9시 31분에 잘못된 걸 알아차리고 무려 37분이 지난 10시 08분이 돼서야 주문정지 조치를 취하게 돼. 스스로 잘못된 걸 막을 수 있는 시간을 놓친 거지.

삼성증권 직원이라면 당연히 실수라는 걸 알았을 거야. 담당 직원이 아니라 다른 직원이라도 말이야. 그런데 삼성증권 직원 16명이 잘못 입고된 주식 중 501만주를 주식시장에서 매도해버려. 간도 크지. 그 탓에 삼성증권 주가는 한때 전일 종가 대비 약 12%가량 급락했어. 1주당 3만9,800원이었던 게 3만5,150원으로 떨어진거지. 삼성증권은 곧바로 자체 조사에 들어갔고 부랴부랴 시장에서 주식을 다시 사 들였어. ‘유령주식’ 501만주 어치를 사들인 뒤 소각하기 위해서야. 그러면 삼성증권의 전체 주식 발행량은 ‘정상’으로 돌아오겠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고지? 실수인 걸 알면서도 주식을 판 삼성증권 직원들은 비판 받아야 마땅하고. 그런데 말이야. 더 중요한 사실이 있어. 삼성증권 사태는 증권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무차입 공매도’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어. 담당 직원의 클릭 한 번에 나타난 유령주식이 아무런 제재 없이 만들어져 시장에서 팔렸고, 이걸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고 있잖아? 비록 시스템상으로는 주식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없는 주식을 파는 무차입 공매도와 다를 바 없는 거지.

사실 개미 투자자들은 그동안 증권사들이 비밀리에 무차입 공매도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어. 예전에 걸린 적도 있어. 2012년에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삼성증권 등 몇 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과태료를 부과해. 이유가 뭐였게? 바로 무차입 공매도 감시를 소홀히 했다는 거야. 특히 삼성증권은 당시 최고 수준인 5,000만원의 과태료 징계를 받았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등도 3,750만원, 2,500만원의 과태료 징계를 받았지. 다만 이들은 직접 공매도를 한 것이 아니고 무차입 공매도를 한 외국계 헤지펀드의 수탁 회사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었어.

이런 상황에서 금융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게 밝혀졌는데, 개미 투자자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어? 혹시 양치기 소년에 대한 이솝 우화에 대해 들어봤어? 거짓말을 반복하다 결국 믿음을 잃게 되잖아. 지금 증권업계가 딱 그런 꼴이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이미 20만명 이상이 서명을 했어. 당사자인 삼성증권을 비롯해 금융감독원까지 나서 이번 사태는 ‘무차입 공매도’가 아니라 허술한 주식 배당 절차와 착오를 거르지 못하는 주식거래 시스템 탓에 일어났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증권 배당입력 사고 이후 투자자들의 우려와 불만을 청취하고 주식거래 시스템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를 방문해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서울경제DB

금융 당국은 굉장히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어. 공매도 제도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이지. 공매도는 기업의 악재를 가장 먼저 반영해 과대 평가된 주가를 적정 수준으로 돌려놓기도 하고 거래량을 늘려 시장의 유동성을 키울 수도 있지. 이 때문에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 당국 수장들이 공매도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일부 전문가들이 개미 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려면 일본처럼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다 같은 이유 때문이야.

이번 삼성증권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 전반을 들여다볼 필요가 각 분야에서 제기되고 있어. 당장 11일부터 시작된 금감원의 특별조사가 그 신호탄이 될거야.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드러났던 여러 문제들이 얼마나 많이 해결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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