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태아기형 유발 여드름치료제 남용 심각

이소트레티노인 성분 중증 여드름 약
임산부 2.3% 임신중·직전 1개월 복용
식약처 "임신검사·피임동의 의무화 추진"

/사진제공=임산부약물정보센터 ‘한국마더세이프 전문상담센터’ 및 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나라 임산부의 2.3%가 태아 기형·지능저하, 유산을 초래하는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먹는 여드름 치료제를 임신 중 또는 임신 직전에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사단법인 임산부약물정보센터(센터장 한정열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10년 4월~2016년 7월까지 2만2,374명의 임산부를 조사했더니 2.3%(513명)가 임신 중 또는 임신 전 1개월 동안에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중증 여드름 치료제를 먹은 경험이 있었다.


이 약은 효과가 좋지만 태아 기형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약을 끊은 지 1개월이 지난 뒤 임신을 시도해야 한다. 임신 중 또는 임신 직전 1개월 안에 먹으면 태아의 60%가 정신박약을, 35%가 안면·심장·귀 기형이나 구순열, 신경·흉선결손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또 임신부의 20%가 자연유산을 할 정도로 위험하다. 때문에 이 약을 먹은 임산부의 50%가량이 임신중절(낙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여드름 치료제는 ‘로아큐탄’ 등 30여개 제품이 나와 있으며 지난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집계한 것만도 90억원어치가 팔렸다. 약효 때문에 인터넷 불법거래, 해외 직접구매분도 적지 않아 시장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이 지난해 7∼12월 국내 이소트레티노인 처방량을 분석했더니 비급여 조제가 17만2,636건으로 보험급여 조제 2만5,522건의 6.8배나 됐다. 가장 많이 복용하는 나이는 25∼30세였고 복용 기간은 평균 18일이었다.

한정열 센터장은 “이소트레티노인은 다른 방법으로 치료가 안 되는 중증 여드름 환자에게 처방할 때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 ‘피부관리 클리닉’ 등에서 경증 환자에게 무분별하게 비급여로 처방하거나 인터넷 불법거래가 성행하고 있어 문제”라며 “우리나라도 임산부·의사에 대한 홍보·교육을 강화하고 미국·유럽연합(EU)·영국·호주 처럼 복용 전후 임신검사, 치료기간 중 피임 동의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여드름 치료제를 ‘임산부 위해성관리대상’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문은희 의약품안전평가과장은 “불법 거래가 끊이지 않고 오남용도 심각해 의사와 치료를 원하는 여성에게서 처방 전 임신검사, 치료기간 중 피임하겠다는 동의서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이 약의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제약사들로부터 협조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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