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유출 없었다"...한은 금리인상 속도 더 늦춘다

이주열 "원화강세 유지되면
금리인상 여지 줄일수 있어"
시장서도 年 1회 인상 관측
고용 목표치 또 낮춰..."32만명 달성 힘들다"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연 1.5%인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와 관련 “최근 차익거래 유인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단기성 투자자금이 들어왔다”며 “지금처럼 원화 강세가 유지되면 금리인상 여지를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미국과의 외환개입 내역 공개 협의,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해빙무드, 외국인 자금 유입 등이 맞물려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물가상승 압력이 감소해 금리 인상 속도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도 올해 2회로 점쳐졌던 금리인상 속도가 연 1회로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세가 미약하고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은은 이날 발표한 ‘2018년 경제전망’(수정)에서 지난 1월 1.7%로 잡았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6%로 낮춰잡았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보험서비스 요금 인상이 아직 조정되지 않았고 대학 입학금 면제, 무상급식 확대 등으로 공공요금 물가 인상 요인이 미뤄졌다“고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쇼크’ 수준의 고용 부진도 여전하다. 한은은 지난 1월에는 올해 취업자수가 30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에는 26만명으로 하향했다. 최저임금 인상, 구조조정 지연, 유커 등 외국인 관광객 회복세 지연 등을 반영한 결과다.


미중 무역전쟁, 시리아 사태 등 나라 밖 불확실성도 금리인상을 막는 요인이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 갈등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해소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한은도 동결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날 공개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3월 회의록을 보면 위원들은 “향후 수개월 내 물가가 목표치(2%)에 도달할 수 있고, 경제 성장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 언론은 “회의록이 다소 매파적”이라며 올 금리인상 횟수가 3차례에서 4차례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미 연준이 향후 금리를 세번 인상하고 한은이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하면 한미 금리차는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시장에서는 한미 금리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지면 대규모 자금 유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국 금리차가 더 이상 벌어지면 한은도 울며겨자먹기로 금리를 따라 올릴 수 밖에 없다”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빨리 끌어올려 금리인상 여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 = 손철 특파원 김능현 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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