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자' 잃은 美 공화당 중간선거 어쩌나

'공화 1인자' 라이언 정계 은퇴
"주말 아빠로 남을 수 없어"
가족과 시간 보내려 결단
지역구 위스콘신 승리 불투명
하원 다수당 지위마저 '흔들'
일각선 "트럼프와 갈등 탓"

미 공화당의 의회 1인자이자 10선 의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11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 불출마 및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기자회견장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의회 1인자이자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혔던 폴 라이언(48·위스콘신) 하원의장이 돌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당내 중심역할을 해온 라이언 의장의 급작스런 은퇴 발표에 가뜩이나 민주당의 선방이 예상되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에는 비상이 걸렸다.

라이언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가 나의 마지막 의원생활이 될 것”이라며 “하원의장으로서 공화당을 이끌며 있었던 모든 일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중간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그는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20년간 일해온 의회를 떠나게 된다.

지난 1988년 28세에 위스콘신주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내리 10선을 하는 등 40대 기수론의 선봉에 선 정치인이자 미 입법부 수장으로 우뚝 선 그가 밝힌 은퇴 이유는 가족이다. 그는 정계 은퇴 후 남편과 세 자녀의 아버지로 돌아갈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은 내가 처음 당선됐을 때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셋 모두 10대다. 내가 출마해 새 임기를 맡으면 아이들은 나를 ‘주말 아빠’로만 기억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내버려둘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라이언 의장은 의회생활 중에도 주말이면 가족이 있는 위스콘신주 제인스빌로 돌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이 그의 은퇴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그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후보의 막말 파문과 ‘음담패설 녹음 파일’ 등 각종 스캔들이 공개되자 지원 유세를 중단하는 등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예상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여러 국정과제 추진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초래한 공화당 내 분열이 라이언 은퇴의 실질적 배경이 됐다고 보고 있다.

공화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올해 들어 선거자금 모금 활동을 주도해온 라이언 의장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공화당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중간선거는 트럼프 정권의 시험대이자 차기 대권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미 언론들은 라이언 의장의 정계 은퇴로 트럼프 행정부의 첫 성적표 격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장 라이언 의장의 지역구인 위스콘신에서도 공화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공화당이 라이언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민주당이 위스콘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을 위기로 몰아넣은 그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대해 톰 데이비스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가라앉는 배에서 도망치는 선장”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의 지위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라이언 의장은 “다소 고민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제 역할만 하면 다수당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의사봉을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에게 넘기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라이언 의장이 임기 내 치러지는 중간선거까지 진두지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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