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작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오래 계속 됐으면"

/사진=MBC

MBC 교양 파일럿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본 ‘82년생 김지영’의 저자 조남주 작가가 “이런 이야기가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다. 오래 계속되면 좋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조남주 작가는 지난 해 출판계를 뒤흔든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경력단절, 독박육아, 여성혐오 등 오늘날 여성들이 경험하는 성차별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우리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바 있다.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물론 그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인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페미니즘’을 공론장으로 이끄는 등 여러 부문에서 큰 영향을 끼쳤다.

MBC의 사보를 통해 공개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대한 기고에서 조남주 작가는 프로그램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가치에 대해 공감의 뜻을 드러냈다.


조남주 작가는 『‘이상한 나라’에서 ‘안’ 이상한 며느리로 살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 이상한 나라의 세 며느리는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 얼굴이 알려져 있는 연기자 며느리와 불규칙적으로 바쁘게 일하는 남편을 둔 며느리, 일과 생활 모두를 시댁과 공유하는 며느리. 갈등 요인도 감정도 제각각인데 세 사람 뿐 아니라 스튜디오에 있던 모든 며느리들이 관찰 영상의 장면 장면마다 입을 모아 “맞아, 맞아”, “뭔지 알 것 같아”를 외친다. 나 역시 그랬다. 화면을 보는 내내 같이 답답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다가 결국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문제는 ‘며느리’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가 ‘이상한 나라’라는 데에 있고, 우리는 모두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이기 때문이다”라며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특정한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임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리고 “낯설지 않다. 시어머니가 악랄하게 며느리를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남편이 아내에게 순종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소하고 악의 없는 습관일 뿐이다. 그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스러운 이들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그저 사소하고 악의 없는 습관일 뿐이라며 지워져 버린 질문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 질문을 던진다”며 프로그램이 가진 의미를 평가했다.

글의 말미에서 조남주 작가는 “성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남성과 성평등한 감수성을 지닌 여성들이 갈등하고 대결하는 시간이 아니라 불쾌와 분노를 덜어내고 그 자리에 공감과 깨달음을 채워나가는 시간. 이런 이야기가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다. 오래 계속되면 좋겠다”고 마무리하며 이 프로그램이 어떤 이들의 ‘다툼’이나 ‘대립’이 아니라 서로가 무심코 저지를 수 있는 오류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밝혔다.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가 공감의 뜻을 전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대한민국의 가족 문화를 “전지적 며느리 시점”에서 관찰, 자연스럽게 대물림되고 있는 불공평한 강요와 억압이 “이상한 나라”에 벌어지고 있음을 도발적으로 문제 제기 하는 프로그램으로 12일 오후 8시 55분에 방송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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