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연출가 김은정(사진)씨가 지난 12일 영등포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영화로 따라나서는 이탈리아 기행’ 첫 강의에서 로마를 배경으로 제작한 이탈리아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로마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세계의 수많은 여행자가 고대 로마의 유적지를 둘러보기 위해 관광명소를 찾지만 정작 이탈리아 젊은이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찬란했던 그들의 과거가 되래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답니다.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과거 유물의 복원작업이나 관광업에 종사하는 정도 외에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영화 속 이탈리아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난 12일 영등포평생학습관 시청각실에는 8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연극 연출가 겸 작가 김은정(사진)씨의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영화로 따라나서는 이탈리아 기행’을 신청한 수강생들이다. 이번 강좌는 관광객의 로망 이탈리아를 영화를 통해 알아보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천년제국 로마의 영광과 패망 그리고 이어진 고난의 역사, 마피아의 본거지라는 악명 등 이탈리아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생애 주기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6회째다.
김 연출가는 첫날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강의를 시작했다. 20세기 영화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달콤한 인생’과 난니 모레티 감독의 ‘나의 즐거운 일기’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로마의 역사와 유적 그리고 여행의 포인트를 짚어나갔다. “펠리니 감독은 이탈리아 북부의 리미니라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활동했던 감독입니다. 그의 초기작은 외지에서 중심지로 들어가려는 아웃사이더의 시각이 영화에 드러나 있어요. 깡촌에서 태어나 서울에 오면 광화문이나 남산을 보러 가는 것처럼 그리고 서울의 생경함이 오래 남아있는 식이지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은 외지인의 색을 지우고 로마인의 시선으로 제작한 작품이랍니다. 반대로 난니 모레티 감독은 로마 출신으로 로마의 세밀한 부분을 조명하며 로마인의 삶 깊숙이 들어가게 됩니다.”
영화 일부를 감상하면서 영화를 촬영한 장소의 역사적 의미와 최근 변화된 모습을 설명해 나가는 형식으로 진행한 김 연출가는 이탈리아 여행을 주제로 한 여러 책이나 강연과는 차별화했다. 4주간 이어지는 이번 강좌는 로마에 이어 피렌체와 베네치아, 토리노, 시칠리아, 나폴리 등 이탈리아의 대표도시를 영화로 소개할 예정이다. “피렌체와 베네치아는 르네상스의 시작과 번성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으로 유명한 곳이지요. 이곳은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토리노와 피에몬테는 통일 이탈리아의 중심지였죠. 니체가 사랑했던 곳이기도 합ㄴ디ㅏ. 움베리토 에코가 토리노 출신이죠. 그래서 혁명과 철학을 주제로 다룰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칠리아와 나폴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 중에서 시칠리아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곳인데 이 곳은 마피아의 본거지로 이탈리아 사람들도 꺼리는 지역이랍니다. 슬픔을 주제로 한 영화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한편, 제 6기 고인돌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22개 공공도서관과 5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문사철(文史哲)을 바탕으로 예술, 과학, 건축, 클래식음악, 경제학 등 주제를 확장해 오는 11월까지 생활 속 인문학 강연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교육청 평생학습 포털 에버러닝에서 확인할 수 있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