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간 우리 경제 회복세를 이끌었던 설비투자가 둔화되고 있는데다 고용 상황은 각종 정부 대책에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미국·중국 간 무역전쟁과 미국을 필두로 한 주요국 금리 인상도 위험요인으로 지적됐다.
기획재정부는 13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를 발표하고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광공업 생산·소비·설비투자 증가세가 지속되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달 전 “생산·소비·설비투자가 반등해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던 것과 대체로 같은 기조다.
지난 2월 기준 전체 산업 생산은 전달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반도체·자동차 덕에 광공업 생산이 1.1% 늘었지만 건설업이 감소(-3.8%)하고 서비스업도 보합에 그치면서 전체적으로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소비는 전달에 이어 1.0% 늘면서 2개월 연속 증가했다.
특히 내수 회복세 기대감에 ‘청신호’를 켠 것은 중국인 관광객의 귀환 조짐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로 뜸해졌던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달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법무부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달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약 40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3% 증가했다. 13개월 만의 플러스 전환이다.
지난해 2월 59만명 수준이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방한금지령 조치에 한 달 만에 36만명으로 급감했다. 이후 감소세가 계속돼 지난해에는 월 20만명대까지 떨어졌다가 이번에 1년여 만에 처음으로 늘었다.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는 베이징과 산둥성 지방에 한해 한국 단체관광 제한을 푼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중국인의 단체관광 정상화와 관련해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광희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증가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앞으로 전체적으로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려 요인도 많다. 지난 2월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1.3% 늘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증가 폭 자체는 계속 줄고 있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국내기계수주(-10.9%)와 설비투자 조정압력(-6.6%)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고용 상황은 경기 지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더 나빠졌다. 3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11만2,000명으로 2월(10만4,000명)에 이어 2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그쳤다. 1년 전(31만6,000명)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청년실업률도 11.6%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올랐다. 기재부는 “각종 국가공무원 공채시험 일정이 이달에 몰리면서 지표상 경제활동인구로 집계되는 인구가 늘어 청년실업률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경기 회복세를 국민이 일자리·민생개선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정책 방향, 청년 일자리대책, 2단계 지역 대책 등 주요 정책 실행에 힘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