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먼저 핵폭탄을 개발한 나라. 실제로 핵폭탄을 떨어뜨려 수많은 인명을 살상한 나라. 지금도 가장 많은 핵무기를 가진 나라. 제아무리 중국의 위상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해도 지구촌에서 제일 힘이 센 나라는 여전히 미국이다. 정글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외치며 세계 경찰 노릇을 하는 미국의 인도를 따라가면 인류는 장밋빛 미래를 약속받을 수 있는 것일까.
세계적인 언어학자이자 좌파 지식인인 노엄 촘스키가 쓴 ‘파멸 전야’는 최강대국 미국을 향해 “더 이상 인류를 위험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지 말라”는 경고장을 날린다. 촘스키는 이 저서에서 지구촌을 위협하는 두 가지 사안으로 핵 전쟁과 기후변화를 지목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핵 개발을 멈추라”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저자가 보기에는 미국도 큰 소리 칠 입장이 못 된다. 지난 2005년 미국과 북한은 모든 핵 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중단한다는 이면 합의에 도달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가 이끄는 공화당 정부는 얼마 후 모든 합의를 허물고 경수로 지원 약속을 철회하고 북한 회사가 미국과 금융거래를 못 하도록 막았다. 촘스키는 부시가 집권할 당시만 해도 북한은 한 개의 핵 무기만 보유하고 있었으나 미국과의 협상이 틀어진 이후 본격적으로 핵 개발을 위한 광기(狂氣)의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지구온난화 대응도 한참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는 기후변화가 초래할 대재앙에 대한 우려를 뒤로 하고 파리 기후협약 탈퇴를 일찌감치 선언했다. 행정부 관료들은 지구온난화가 사기극일 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환경 관련 예산은 이미 삭감하기 시작했다. 촘스키는 미국이 인류를 책 제목 그대로 ‘파멸 전야’로 이끌고 있다고 경고하지만 세계 시민들이 각성하고 행동에 나선다면 ‘인류의 주인’은 다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한다.
머리맡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무기를 이고 있는 우리로서는 촘스키의 주장이 순진하고 한가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식인의 역할이 실현 가능한 차악의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꿈같은 얘기일지라도 최선의 정의를 목놓아 외치는 것이라면 촘스키의 조언을 가벼이 넘기기는 힘들다. 1만8,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