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의 철학경영] 자신을 반성하라

<71>반성 없으면 변화도 없다
잘못된 선택으로 문제 발생할때
항상 밖에서 원인 찾는 사람들은
불평에 빠져 발전 기회마저 놓쳐
조직과 주변의 변화를 원한다면
자신 먼저 변하려는 노력 보여야

연세대 철학과 교수


낚시를 가보면 입에 이미 낚시 바늘이 두세 개 달린 물고기가 잡히는 경우가 가끔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진화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물고기는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간다. 지구상에서 가장 능력 있고 똑똑하다는 자존감은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인간 역시 동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성찰하지 않는 삶을 살 가치가 없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인간은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반성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간이 기도하는 목적은 자신에게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바라서다. 기도는 자신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을 혼자서 다 통제할 수 없다는 힘의 한계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다.



권력·명예·부 이 모든 것을 한 손에 거머쥔 사람이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부러워하는 이 세 가지를 이루고 나니 갑자기 세상 사는 것이 허무해진다. 도사를 찾아가서 질문한다. “도사님, 인생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자, 이 도사는 과연 무엇이라 답했을까. “비워라. 내려놓아라”라고 할 수 있고 “채워라. 충만하여라”라고 할 수도 있다. 다 좋은 제안이지만 도사가 해준 말은 “한평생 배우러 왔다 갑니다”이다. ‘배운다’고 하는 말의 참뜻은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쳐다볼 줄 아는 눈, 그 눈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옛 어른들께서 “죽을 때까지 배워도 다 못 배운다”고 말씀한 핵심 메시지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일일 목표를 가지고 이 세상에 나오는가. 일일 목표 중 최상의 목표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늘 나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인생의 목적 자체가 배움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허무하거나 지루할 틈이 없다. 늘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제자 두명이 선생님을 찾아온다. “선생님, 인생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입니까?” 선생님은 답변 대신에 제자 둘을 데리고 과수원으로 간다. 정문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과수원에는 아주 맛있는 사과들이 아주 많이 있다. 너희가 제일 좋아하는 사과를 하나씩 딸 수 있도록 해주겠다. 조건이 하나 있다. 절대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과수원 후문에 가 서 계신다. 조금 있다가 제자 둘이 온다. “너는 어떤 사과를 땄느냐?” “네.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아주 맛있는 사과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따려고 하다가 조금 더 가면 더 좋은 사과가 있을 것 같아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거보다 훨씬 못한 이것을 황급히 땄습니다. 선생님, 한 번만 되돌아가게 해주세요.”

다른 제자도 사과를 하나 따고 나서 더 좋은 사과를 봤다면서 돌아가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선생님은 다 듣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 “그게 바로 인생이다. 한 번 지나간 과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만약 이것이 불변의 인생조건이라면 우리 스스로 선택한 그 사과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그 사과가 최고의 사과가 되도록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 문제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아라. 문제가 터지기만 하면 원인을 항상 밖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다. “아, 그때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았어. 아, 내가 그 인간과 잘못 엮여서 지금까지 고생만 하고 있다니까.” 이런 식으로 불평하는 사람은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중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자신 안에서 찾는다’는 것은 자학하거나 자책하라는 말이 아니다. 가족을 변화시키기를 원하는가. 자신의 조직을 변화시키기를 원하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밖에 없다. 자기 자식이라도 “너 그렇게 살면 안 된다”라고 말하면 듣던가. “아빠나 잘하세요” “아빠는 내 인생에서 빠져주세요”라는 핀잔이나 듣지 않으면 다행이다. 문제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는 사람만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주변을 변화시킬 수 있다. 변화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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