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해상 열병식에 참여했던 중국 해군 항공모함 랴오닝함 /EPA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연일 ‘강군몽’ 행보를 보이고 있다. 3년 만에 하이난(海南)성 보아오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 시 주석은 12일 남중국해에서 중국 역대 최대 규모의 해상 열병식을 사열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보아오 포럼 기간인 8∼11일 부근 남중국해에서 머물던 중국 랴오닝 항모전단 외에도 중국 해군 전함 48척, 전투기 76대, 해군 장교·병사 1만여명이 참가했다. 이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의 분쟁해역인 남중국해에서 보란 듯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특히 이번 열병식에는 그동안 실전 능력을 의심받았던 중국 첫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전단을 이끌고 이번 열병식에서 핵심 전력으로 선보여 주목받았다. 기존 4차례 해상 열병식이 모두 서해에서 열렸던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대양해군으로 나갈 전력을 갖췄음을 과시했다. 중국의 해상 열병식에 항공모함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주창하며 중국을 견제해온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열병식에서 미국을 겨냥한 듯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 실현의 분투 가운데서 강대한 인민 해군을 건설하는 임무가 오늘날처럼 긴박한 적이 없었다”며 강군 건설을 강조했다. 보아오 포럼 기간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모 전단이 남중국해에 진입했지만, 중국은 미중 항모 대치라는 그림을 그려내면서 ‘일전불사’의 의지를 비친 것이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환구시보에 “이번 열병식은 중국 해군 항모전단이 공해 상에서 실전을 치를 능력이 향상됐음을 보여줬다”면서 “적들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려고 할 때 다시 생각하게 할 만큼 중국이 해상 패권의 억지력을 갖췄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또한 대만 중앙통신은 “이번 해상 열병식이 영토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를 택한 것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따른 무력을 과시하려는데 있으며 이제는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해상 봉쇄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고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놨다.
그런 가운데 중국은 오는 18일 대만 해협에서 실탄훈련을 할 예정이다. 2016년 5월 대만 총통 선거 당시 벌였던 사실상의 무력시위를 재현하는 셈이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정부의 독립노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노골적인 대만 지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트럼프 행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고 대만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경우 대만을 상대로 한 무력 사용도 불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은 시 주석의 이런 ‘강군몽’ 행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이들 매체는 이날 시 주석의 남중국해 해상 열병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군복을 입은 채 시 주석이 사열하는 모습을 1면 대부분을 할애해 게재하면서 세계 일류 해군 건설을 강조한 시 주석 발언을 집중적으로 전했고,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도 공동사설로 중국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자 세계 평화의 수호자로서 강력한 해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잇따른 시 주석의 ‘강군몽’ 행보는 남중국해 영유권과 대만 문제로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함으로써 미중 간에 무역 이외에 군사·외교 방면으로 전선을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