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못쓴다” “우리는 안쓴다”..아파트 브랜드 그게 뭐길래

힐스테이트 위례-엠코타운 주민
'힐스테이트' 사용 싸고 소송전
위례롯데캐슬은 '에코앤캐슬'서
"공공분양 이미지" '에코' 삭제
'사랑으로 부영' 분양 계약자는
단지 이름·로고 교체 요구까지

“현대건설이 아닌데 힐스테이트를 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우리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로 분양받아서 분양가부터 다른데요.” (위례신도시 힐스테이트 위례 아파트 주민)

“현대엠코가 이제 현대엔지니어링이잖아요. 단종된 브랜드 보다는 힐스테이트가 더 인정받으니까 바꾸면 좋지요.” (위례신도시 엠코타운 플로리체 아파트 주민)

위례신도시내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힐스테이트 위례 주민과 엠코타운 플로리체 주민간의 갈등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발단은 2014년 4월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에 합병되면서 부터다. 엠코타운 플로리체 입주민은 건설사였던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에 흡수합병됐으니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로 교체해야 한다고 나섰다.

당연히 비슷한 시기에 현대건설에서 분양 받은 힐스테이트 위례 아파트 주민은 분양가부터 다르다며 반발했다. 현대건설도 변경 조건 중 ‘타인의 권리·이익 침해 금지’ 기준에 미비하다며 브랜드 사용을 불허했다.

갈등은 소송으로 이어졌다. 현대엠코 주민이 아파트 입구에 힐스테이트 로고와 ‘힐스테이트 위례 중앙’으로 변경된 간판을 내걸자 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브랜드명을 임의 사용했다며 법원에 브랜드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해말부터 법원이 상표 사용 중지를 중재 중이다. 하지만 현대엠코 플로리체와 힐스테이트 위례 위치가 하남시와 성남시로 각각 달라 지자체가 민원을 중재하기 힘든 상황이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브랜드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소가 되면서 이를 둘러싸고 주민과 주민간, 또는 주민과 건설사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어느 한 측에서 브랜드 사용 중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브랜드 사용을 강행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이 대부분이다.


위례신도시 엠코타운 플로리체의 바로 옆 단지인 위례롯데캐슬은 ‘에코앤캐슬’에서 ‘에코’를 삭제해며 브랜드를 변경했다. 에코가 공공분양이란 이미지를 준다는 입주민의 의견이 반영됐다. 2015년 강남구 자곡동 자곡포레도 불과 1km 떨어진 자곡동 래미안강남힐즈와 갈등을 벌이다가 결국 래미안포레로 아파트 브랜드를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2014년 3월 입주한 래미안포레는 SH공사가 분양한 임대·공공분양 아파트지만 삼성물산이 하청을 받아 시공했다.

반대로 아파트 브랜드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부영이 위례신도시에 분양한 ‘사랑으로 부영’ 분양 계약자들은 부영 본사 앞에서 단지 이름과 로고를 거부하는 집회를 벌였다. 부영측에 브랜드와 로고를 바꿔달라고 요구한 것. 이에 건설사는 입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문구 크기를 줄이고 단지 분위기에 맞춰 로고를 새로 디자인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아파트 이름에 들어간 경우는 입주민의 항의가 더욱 심하다. 일반분양아파트인 경우에도 LH라면 모두 임대아파트로 인식해 집값이 주변 시세에 못 미친다는 이유다. 광교신도시 ‘광교해모로’는 ‘LH 휴먼시아’로 시작해 ‘LH 해모로아파트’를 거쳐 LH를 아파트 이름에서 아예 떼버렸다.

아파트 이름은 건축물관리대장 표시변경을 통해 바꿀 수 있다. 입주민이 서면으로 80% 이상 동의하거나 대면 회의를 통해 75% 이상이 동의하고 브랜드를 갖고 있는 건설사의 동의서를 해당 자치구나 시에 제출하면 된다. 이웃 주민간 갈등이 발생하면 해당 지자체에서 중재하긴 하지만 사실상 아파트 주민 의견만 모이면 가능한 셈이다. 절차가 비교적 어렵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 이름을 둘러싼 주민 갈등이 잦은 편이다. 사이에 낀 한 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를 바꿔주고 싶어도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워낙 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아파트 브랜드가 바로 집값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브랜드 사용 욕구는 더욱 커지는 추세”라며 “건설사들도 사실상 관리가 힘들어 이를 둘러싼 갈등은 지속될 수 밖에 형편”이라고 전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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