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개봉한 ‘바람의 색’은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똑같은 운명을 간직한 ‘료’와 ‘아야’의 이야기를 담은 신비롭고 환상적인 판타지 로맨스. 곽재용 감독은 2002년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참석 차 홋카이도에 방문했을 때 공간이 가진 신비로운 분위기에 반해 판타지 로맨스 각본을 쓰기로 결심했다.
곽재용 감독/사진=스톰픽쳐스 코리아
곽 감독은 유바리 영화제에 ‘엽기적인 그녀’를 2002년도에 가져가면서 홋카이도의 풍경을 처음 접했고 그 때부터 홋카이도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또한 홋카이도와 도쿄의 비슷한 지점이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는데 많은 영감을 줬다.
“홋카이도를 보면 도쿄와 비슷한 지점이 많다. 도쿄타워와 홋카이도의 TV타워도 똑같이 닮았다. 거기서 연상을 해 도쿄타워에 있는 여자와 TV타워에 있는 여자가 같은 여자라면, 어떨까란 생각이 이어졌다. 탈출마술의 창시자로 알려진 마술사 후디니, 도플갱어와 다중인격 같은 소재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됐다.”
“신비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운명적이고 순수한 사랑을 그려내고 싶었다”는 곽재용 감독은
주로 서스펜스나 호러물의 소재로 사용된 ‘도플갱어’를 순수한 사랑과 연결 지어 새로운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냈다. 특히 ‘두 사람, 하나의 영혼’이란 음악과 함께 사라진 천재 마술사 ‘류’의 내레이션이 흐르며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도플갱어라는 소재는 처음부터 생각하기 보다는 처음 떠올린 것은 동경타워 장면이었다. 여주인공이 홋카이도에도 나하고 똑같은 여자애가 있다고 말하는 장면들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
‘자살로서 사랑을 완성하는 도플갱어의 이야기’는 그렇게 뼈대를 만들어갔다. 그는 “선한 인격과 악한 인격으로 양분해서 보기도 하는데, ‘저는 둘 다 선하다면?’ 이라는 가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주요 테마인 ‘마술 같은 사랑’이 돋보이는 지점은 ‘진짜 마술’과 함께 스크린 위에 펼쳐내고 있다는 점.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연인을 그리워하며 실의에 빠져 지내던 ‘료’는 어느 날 마술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연습하던 중 우연히 세계 최초 수중 탈출 마술을 펼치다 행방불명된 천재 마술사 ‘류’가 자신과 똑같이 닮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료’와 ‘류’로1인 2역을 열연한 후루카와 유우키는 이번 역할을 위해 매년 전세계에서 마술 라이브 투어를 진행하기도 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마술사 미스터 마릭(Mr. Maric)에게 직접 지도를 받아 영화 속 마술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
곽 감독은 “마술을 좋아한 것도 있지만 마술과 사랑은 공통점이 많다는 점이 작품 안으로 넣게 된 이유” 라고 전했다. 그렇게 바람이 돌고 돌아 하나로 이어지는 것처럼, 마술 같은 로맨스를 담아냈다.
물리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비과학적인 일이지만, 진짜라고 믿고 싶은 놀라운 순간을 보여주는 마술이라는 소재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 사랑”이라는 곽재용 감독의 로맨스 철학을 대변한다.
“제가 만드는 사랑 이야기는 감정에 충실하고, 현실로부터 약간은 벗어나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한편, 곽재용 감독은 ‘바람의 색’이라는 독특한 단어를 영화 제목으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바람은 비어 있는 공간을 채우기 위한 공기의 이동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도 연인의 부재로 인한 빈 자리를 새로운 사랑으로 채운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바람처럼 사랑도 이와 같이 보이지 않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제목의 숨겨진 의미에 대해서도 전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