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년...진실은 아직 인양 안됐다"

■ 내일 참사 4주기...유가족 만나보니
'왜 안 구했고 왜 침몰했나' 의문 여전
대통령 의지 있다면 규명됐을 것
2기 특조위 문제의 黃위원 사퇴해야
선체 기립 후 추가 유골수습 기대

세월호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경기도 안산시 4·16 단원고 기억교실을 찾은 한 시민이 교실을 둘러보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전날 내린 비로 안산시는 맑고 고요했다. 초지역 역사 인근 벚꽃들이 세월호 추모객들을 반겼다.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4주기를 맞아 방문한 가족 단위 추모객이 줄을 이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희생자 유가족들은 “4년이 흘렀지만 진상규명을 위해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의 ‘세월호 7시간’ 수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실한 대응과 무책임을 공식 확인했지만 유가족들은 “모두 알고 있던 내용을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돌아오는 실망도 컸다.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인 ‘상준아빠’ 지용준(50)씨는 “정권이 교체됐지만 정부 대응은 미온적이고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이럴 거면 차라리 같이 단식하고 함께 하겠단 약속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산 분향소 현장을 총괄하는 4·16가족협의회 장동원(49) 팀장은 “참사 당일 전 국민이 목격한 것처럼 ‘왜 탑승객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지’ 두가지 의문점이 명확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상이 규명돼야 세월호 탑승객 사망의 주범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세월호 탑승객 구조 실패 책임으로 처벌을 받은 사람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은 김모(53) 목포해경 123정 전 정장이 유일하다. 지씨는 이를 두고 “꼬리자르기식 처사”라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도 미덥지 않다. 진상 규명에 나서야할 2기 특조위는 야당 추천 위원 문제로 교착된 상태다. 자유한국당 몫으로 1기 특조위에 이어 2기에 재차 임명된 황전원 상임위원에 대해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인 ‘세희아빠’ 임종호씨는 “사과할 기회를 줬는데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면피성 변명만 일삼는 사람을 다시 추천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토로했다. 장 팀장도 “예은이 아빠(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에 이어 엄마들도 삭발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황 위원이 있는 한 2기 특조위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씨는 “모든 진실은 배에 있다”면서 선체 조사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사고 없이 무사히 선체를 바로 세운다면 최우선적으로 미수습자 유골을 수습해야 할 것이고 침몰 원인에 대한 추가적 진상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목포 신항만에 정박 중인 세월호는 다음 달 직립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단원고 생존자 애진(21)씨 아버지인 장 팀장은 재차 미수습자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내 가족 삶 찾았다고 평범하게 직장 다닐 수가 없더라”며 심정을 밝히면서 “직립하면 (미습자인)영인이, 현철이, 혁규를 찾아야죠”라고 말했다. 현재 응급구조과에 재학 중인 애진씨는 최근 첫 실습에서 심폐소생술로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월호 4주기를 맞는 16일에는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정부 주관으로 세월호 희생자 합동 영결·추도식이 열린다.
/안산=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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