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4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 등을 계기로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문제 제기할 것은 환율 변화가 시장 외부에서 이뤄진 ‘결정’으로 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원화 환율과 외국인 누적 순매수를 비교하면 대체로 외국인 투자가들의 순매수 국면에는 환율이 떨어지고 반대로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주식을 매도할 때는 환율이 상승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주식에 대한 매매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업 실적 전망’이다. 지난 2001년 이후 외국인 순매수(누적)와 코스피의 주당순이익(EPS) 전망 변화를 보면 대체로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 주식시장의 이익 전망이 개선될 때마다 주식 순매수에 나서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 기업 실적 전망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수출’이다. 한국의 민간소비가 지속적인 부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다 수출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기준 43.1%에 이르러 수출이 더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올해 한국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2017년 상반기의 수출 호조에 따른 역의 기저효과(base effect)가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과 동행하는 세계 교역량은 여전히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신규주문지수 등 한국 수출의 핵심 선행지표도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큰 폭의 수출 증가는 2015~2016년의 부진, 그리고 국제유가 등 주요 상품 가격의 가파른 상승 등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 집중됐기 때문으로 2018년 수출 증가폭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는 2018년 한국 수출은 10%대 초반의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반도체가 선전하는 가운데 대중 관계가 점차 개선되며 자동차와 화장품 등 ‘중국 소비재’ 수출의 회복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글로벌 신용여건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 역시 높지 않다. 미국 은행들의 기업여신에 대한 ‘긴축’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는데다 가장 경기에 민감한 신용카드 연체율도 사상 최저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의 분석을 종합해볼 때 2018년에도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환율의 급격한 하락이 기업 실적 악화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는 충분히 타당하다. 그러나 환율 하락의 원인이 바로 외국인 순매수에 있다면 단기적으로 오히려 주가 상승 탄력을 강화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정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한국 수출 기업의 구조를 감안할 때 환율 변화보다는 글로벌 수요의 변화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당사는 환율 하락에 대한 공포가 높아질 때마다 주식에 대한 비중을 높여가는 전략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