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라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임시방편으로 일을 둘러맞추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공공사업에서 벌어지고 있어 당혹스럽기만 하다.
최근 공공 건설공사에서 시공에 직접 투입되는 비용인 직접공사비를 위협하는 정부 정책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공사 낙찰률과 상관없이 보전해주겠다며 관련 기준 개정을 행정예고했다.
언뜻 보면 근로자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관련 비용을 제대로 반영해주고 건설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영향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현장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적격심사제도 등 현행 공공공사 입낙찰제도는 공사비 내역 중 하나인 안전관리비를 정해진 낙찰률과 상관없이 일정 금액으로 보전해주면 그만큼 직접공사비 중 다른 항목에서 공사비 삭감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자재와 노동력을 구입할 직접공사비에서 말이다. 그야말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현장의 생태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건설공사의 안전은 적정한 공사비와 공사기간에 달려 있다고 말할 것이다. 부족한 공사기간에 쫓기는 건설업체에 공사비까지 삭감한다면 안전과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단 안전관리비뿐만 아니다.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 안전판 역할을 하는 사회보험료에 대해 건설 일용근로자의 적용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정책이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이 또한 일정 금액으로 보험료를 고정비용화해 반영한다고 하는 데 있다. 이런 방법으로 사회보험료 납부대상의 확대에 따른 보험료까지 고정비용으로 보전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면 직접공사비 삭감액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즉 사회보험료 상향과 이미 행정예고된 안전관리비, 그리고 동일한 방식으로 건설근로자 퇴직공제부금비, 안전점검비까지 확대된다면 약 8%에 해당하는 금액이 고정 비용화되고 낙찰률에 따라 직접공사비가 삭감되는 규모는 2%에 달하게 될 것이다.
이미 건설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전관리비·사회보험료 등의 금액이 직접공사비를 삭감하는 제로섬 게임 구조의 입찰제도를 개선해달라는 것이다. 현장의 근로자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다 보면 결국 돌탑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인가. 과거에 그래 왔듯이 모든 책임이 또 건설업체에만 지워질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