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도색공사로 인해 서울 마포구 S아파트 천장에서 페인트 조각들이 떨어지고 있다./사진=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아파트 도색공사 입찰경쟁에서 담합해온 건설업체와 동대표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의 담합행위는 관리비 낭비와 부실공사로 인한 주민 피해를 초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총경 곽정기) 서울 등 수도권 일대 113개 아파트 단지에서 170억 상당의 공사에서 리베이트를 통한 부정청탁과 입찰담합 등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로 건설업체 관계자 정모(57)씨를 비롯한 18개 전문건설업체 직원 52명과 불법 하도급업자 13명, 동대표 16명 등 총 8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아파트 재도장 공사가 5~7년 주기로 이뤄지는 점을 인지하고 ‘K-apt(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을 통해 사전에 공사 주기와 장기수선 충당금 확보 상황을 확인했다. 이후 동대표들과 결탁하고 업체간 담합을 통해 서로 차례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공사를 수주했다. 로비에는 식사 접대 등은 물론이고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 일당은 수주한 공사를 재하청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일례로 이들은 2014년 15억9,000만원 규모의 마포 S아파트 공사에서 무등록 건설업자에게 불법 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13억이 넘는 차익을 챙겼다. 또한 하자가 발생할 경우 하청업자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받는 등 불공정 행위도 자행했다.
서울 마포구 S아파트에서 사전작업을 하지 않고 페인트를 발라 크랙이 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사진=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주민들은 다단계 방식의 불법 하도급으로 인한 부실공사와 관리비 낭비라는 피해를 떠안아야 했다. 서울 광진구 한 아파트에서는 방수시공을 한 바닥에서 물이 차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일도 있었다.
이들 업체의 ‘갑질’을 참다못한 하청업자의 제보와 주민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카드 결제내역과 압수수색 등 1년이 넘는 수사 끝에 범인들을 검거했다.
서울 마포구 S아파트 피해 주민 유모씨는 “아파트 외관 도색을 했는데 동만 표시돼있고 로고나 단지 이름조차 들어가 있지 않아 황당했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는데 동대표와 관리사무소 측이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정한 조건을 갖춘 업체들만 가격 경쟁에 참가하도록 하는 제한경쟁 입찰 방식이 아파트 비리를 불렀다”면서 “조건 없는 경쟁입찰 도입과 지자체의 철저한 시설공사 관리 감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