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 강자 신세계(004170)가 온라인 유통 사업자들의 위기론에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올 초 1조원 안팎의 투자 유치로 온라인 사업 강화 전략을 선보이면서 대규모 자금 유치전에서 온라인 사업자들보다 한발 더 앞서가고 있다.
신세계 주가는 올해 들어 52주 신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17일 신세계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0.13%(500원) 내린 39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0일에는 40만3,500원을 기록하며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주가 수준을 보였다.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 큰손이 집중 매수하며 주가도 안정 추세에 있다. 외국인은 올해 초부터 17일까지 약 40만여주 순매수를 기록했다.
신세계가 다른 경쟁사들의 주가와 달리 꾸준히 최고점을 경신하는 것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 부문 혁신과 온라인 사업의 순항 덕분이다.
우선 온라인 쇼핑 사업자 중 ‘실탄’이 가장 많다. 올 초 신세계는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비알브이캐피털매니지먼트와 1조원가량 투자를 받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신세계는 공시에서 “신세계와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합병, 온라인 사업 별도법인 설립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신세계에 대한 실사가 진행 중”이라며 “투자 금액은 협상에 따라 다소 변경될 수 있지만 국내 유통 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큰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1조원 안팎 투자와 기존 막대한 현금 보유로 대규모 직매입을 통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높은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세계 최대 e커머스 기업인 아마존 역시 대량 재고를 스스로 부담하며 직매입을 통해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던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아마존닷컴과 비슷한 대규모 직매입 기반의 쇼핑몰로는 한국에서는 신세계 계열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대규모 매입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전했다.
신세계가 대규모 실탄을 넉넉히 보유하고 있지만 기존 e커머스 선두 기업들은 현재 치킨게임에 자본잠식까지 이른 상태다. 온라인 경쟁자들의 체력이 꾸준히 떨어지면서 중장기 경쟁에서 자금 사정이 양호한 이마트가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16일 쿠팡은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 2조6,846억원, 영업손실 6,38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0% 증가했고 영업손실도 13% 커졌다. 3년간 쿠팡의 누적적자는 1조7,000억원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투자한 1조1,000억원은 이미 소진된 지 오래다. 강력한 경쟁자 티몬도 최근 공시에서 지난해 매출 3,562억원, 영업손실 1,18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쿠팡·위메프·티몬 등 주요 e커머스 기업 3사가 치킨게임을 통해 자본잠식에 빠지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오프라인 기반의 신세계가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평가다.
이밖에 전통의 오프라인 사업 실적이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최근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신세계의 1·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 35% 상승한 2조543억원, 1,05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과 생활가전 및 의류 분야도 모두 소폭 매출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면세점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79% 증가한 4,462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1·4분기 신세계 면세점 하루 매출은 50억원 안팎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