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 수감된 ‘드루킹’(오른쪽)이 지난 1월 서울 모 대학에서 자신의 경제적공진화 모임 주최로 연 안희정 충남지사 초청강연에 앞자리에 앉아 있다. /충남도청 제공=연합뉴스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48·구속)씨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김씨의 핵심 공범으로 밝혀진 박모(30)씨에 대해서도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이들 조직의 실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경찰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필명 ‘서유기’로 활동한 박씨는 이번 댓글조작 사건에 사용된 매크로(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프로그램)를 구해온 인물이다. 김씨 일당은 박씨가 구한 매크로를 이용해 지난 1월 17일 기사 1개에 달린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 2개에 600여차례씩 ‘공감’을 클릭해 여론 형성을 유도했다. 경찰은 박씨가 매크로를 어떤 경로를 통해 얼마에 구매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박씨는 이들 조직이 운영자금을 벌기 위해 느릅나무 출판사와 같은 건물에 차렸던 비누·주방용품 제조·판매업체 ‘플로랄맘’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 주최한 강연과 비누·주방용품 판매 등으로 운영자금을 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경공모의 1년 운영비가 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 점과 건물 임대료·인건비·운영비 등을 모두 고려하면, 이들이 주장하는 수입원으로는 비용을 충당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자금을 후원한 배후 세력이 있는지 추적하고 있다.
또 박씨는 온라인상에도 활발하게 정치 게시글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문재인 대통령 활동상을 담은 뉴스를 수차례 스크랩해 올렸고, 김경수 의원 페이스북 글을 캡처해 올리기도 했다.
박씨처럼 활동이 두드러져 ‘드루킹’의 또다른 핵심공범으로 지목되는 이는 김씨와 함께 이미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우모(32)씨다. 우씨는 댓글 모니터링 및 공감 조작을 할 때 사용한 ‘매뉴얼’(활동 지침)을 제작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매뉴얼에는 ‘보안USB 안에 깔린 텔레그램과 크롬브라우저를 이용하라’, ‘작업한 기사가 10위권 밑으로 내려가면 대화방에 알려라’ 등 내용이 담겼다. 우씨는 이 매뉴얼과 모니터링 요원 시간표를 인터넷에 노출시키는 바람에 2월 초 사건이 처음 세상에 알려지는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경찰은 ‘드루킹’ 김씨와 박씨·우씨 외에 양모(35·구속)씨와 김모(29)씨를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양씨와 김씨는 아직은 김씨의 지시에 따라 현재 범행에 가담한 사실만 밝혀졌다. 이들 5명은 경찰이 지난달 21일 파주 느릅나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을 때 현장에 있다가 곧바로 붙잡혔다. 경찰은 느릅나무에 매일 20∼30명이 왕래했던 것으로 보고 추가 공범을 쫓고 있다.
한편 경공모에서 활동한 적 있는 회원들은 오프라인 모임을 할 때면 ‘드루킹’ 김씨가 강의를 하고는 했는데, 이따금 황당한 내용의 철학이나 사상 얘기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자신을 ‘추장’으로 부르게 하고 경공모 회원들은 ‘노비’·‘우주’ 등 명칭으로 등급을 나눴으며, “예언서에 경공모가 등장한다”, “평소 주문을 외우라” 등 이상한 발언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