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공학박사)
반도체 기술은 소형 라디오를 시작으로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창출해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줬다. 산업의 부가가치도 커서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도 반도체 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보호하고 있다.
우리는 선진국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전 세계에서 미국·일본·유럽에서만 개발해 생산하던 메모리반도체를 직접 개발·생산하는 데 성공했고 현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 역사상 단일 물품으로 월 수출 물량이 100억달러를 넘었고 수출 비중도 20%를 상회할 정도로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최근 반도체 산업은 국가 간 치열한 경쟁 국면에 다시 돌입하고 있다. 그만큼 반도체 기술은 스마트폰, 스마트자동차,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정보기술(IT)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국가의 경제적 부의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반도체 기술 보호주의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정책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러한 치열한 기술경쟁의 환경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유한 우리의 기술을 공개하자고 한다. 만약 우리가 공개하려는 기술이 정말 국가의 기술 경쟁력에 중요한 자료라면 이것이 공개되면 후발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는 줄어들 것이고 가까운 미래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우리 반도체 산업은 한국에서 없어질 수도 있다. 우리의 반도체 기술에 대한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산업 성장 과정에 참여한 분들의 희생에 대한 가치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기술의 사회적 가치를 포기하는 방법밖에 없는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는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함께 달성해야 할 매우 중요한 가치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하나만 만족하는 획일적인 방법보다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세련된 방법론일 것이다.
우리 산업사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1,000억달러 규모의 수출 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아직 없다. 이번 논란은 반도체 산업이 또 다른 수준으로 한 번 더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이며 앞으로 우리 산업이 기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한층 더 도약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