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게임 주가는 한 단계 더 상승할까?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닌텐도와 소니, 일렉트로닉 아츠 같은 게임 제조업체들이 IT업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식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이 같은 주가 랠리가 끝난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포춘이 아직 우려할 필요가 없는 이유들을 소개한다.




세계 2차대전이 일어나기 수년 전,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 John Maynard Keynes는 그의 손주들이 어른이 될 쯤 일어날 변화를 과감하게 예측한 바 있다. 그는 기술혁신 덕분에 평균적인 사람들이 직장에서 1주일에 15시간만 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로부터 약 85년이 흐른 지금, 적어도 케인즈의 예측 중 한 가지는 맞아 떨어졌다. 최근 발간된 미국 국가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21~30세 미국 남성의 평균업무 시간은2000년 대비 203시간이나 감소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기계가 사람의 가장 친한 직장 동료가 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연구진은 젊은 층이 많은 시간을 특정 기술 사용에 할애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건 다름 아닌 비디오게임이다.

이것이 바로 게임이 가진 매력과 경제적인 힘이다. 게임의 영향력은 대중문화 지형에서 음악과 영화, 텔레비전을 잠식할 정도로 커졌다. 게임업계 조사기관 뉴주Newzoo는 모바일과 PC, 콘솔 게임을 포함한 게임시장 매출이 2018년까지 8% 상승, 1,34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뉴주 컨설턴트 톰 위즈먼 Tom Wijman은 “게임업계는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앞다퉈 게임업계에 투자했고, 최근 큰 수익을 거뒀다. 지난해 나스닥 종합지수는 28% 상승했다. 반면 약 60개 게임사 주식을 추종하는 비디오게임ETF(ETFMG Video Game Tech ETF)는 60% 수익률을 기록했다(이 펀드의 티커 심볼 ticker symbol *역주: 주식 시장에서 사용하는 회사명의 약어 은 웃기게도 GAMR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투자자들이 이 같은 게임업계 호황으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취할 수 있느냐 여부이다. 비디오게임 업계에선 인기 시리즈물과 게임 플랫폼이 호황과 불황 사이클을 번갈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비디오게임 주식은 현재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하드웨어 업체의 호황기 : 비디오 게임사들은 요즘 전반적인 호황을 누려왔다. 특히 닌텐도와 소니 같은 기업이 모바일 기기와 가상현실 기술의 혁신적인 진전 덕분에 큰 수혜를 입었다.


오펜하이머 인터내셔널 에쿼티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임스 에이어 James Ayer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게임산업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근거 몇 가지를 밝혔다. 우선, 현재 게임업계가 변화의 최적기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이용자들이 소매업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CD로 신규 게임을 구매했지만, 이제는 전자상거래로 그 양상이 바뀌고 있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쉽게 인터넷으로 다운 받는 방식으로 쉽게 게임을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변화 덕분에 게임 제조사들은 유통 과정을 줄이고,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미국자산운용사 티 로 프라이스 T.Rowe Price에 따르면, 현재 다운로드에서 발생하는 총 마진은 약 80%에 이르고 있다. 기존 패키지 게임의 60%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게임제조사들의 신규 수입원은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긍정적 동인은 소비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게임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임 내 구매도 더 활발해졌다. 예컨대 소비자는 게임 속 가상 캐릭터의 무기 구매를 위해 실제로 돈을 지불하고 있다. 이런 현상 덕분에 일부 회사들은 신규 인기 게임 판매에 의존하는 대신,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고정 매출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뉴주의 위즈먼은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덕분에 향후 몇 년 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섹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 가장 핫한 비디오 게임업체는 닌텐도였다. 이 회사는 2017년 3월 새로 출시한 휴대용 게임 콘솔 ’닌텐도 스위치‘ 덕분에 극적으로 회생할 수 있었다. 닌텐도 스위치는 출시 10개월 만에 게임 콘솔로는 미국 역사상 가장 빠른 판매 기록을 세웠다. 아울러 이 회사는 출시 1년 내에 1,400만대의 게임기를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제퍼리스 Jefferies의 애널리스트 아툴 고열 Atul Goyal은 “콘솔보다 소프트웨어와 게임 판매가 닌텐도의 주 수입원”이라고 설명했다. 닌텐도 스위치에서 나오는 이익이 일종의 보너스 같은 것이란 얘기다. 고열은 “닌텐도 스위치가 아직 제품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회사의 수익이 최고점을 찍으려면 아직 6~7년은 더 남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 밖에도 모건 스탠리 애널리스트 마사히로 오노 Masahiro Ono는 닌텐도가 “중국시장 진출이라는 큰 기회를 앞두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중국시장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최대IT기업 텐센트 Tencent와 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새로운 행보를 보였다. 닌텐도는 이를 통해 게임 시리즈물의 시장 진출 확대를 꾀하고, 2019년 초까지 닌텐도 스위치의 중국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 주식은 최근 상승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저렴한 수준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닌텐도 예탁증권(DR)의 주가수익비율은 최근 5년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잠재적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닌텐도는 과거 ‘젤다의 전설(The Legend of Zelda)’ 등 유명 시리즈물의 신규 게임 출시가 지연되면서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애널리스트 고열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또 다시 매출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닌텐도가 신제품 출시로 큰 이익을 거두는 동안, 라이벌 업체 소니는 기존 유명 제품에서 예상치 못한 강력한 실적을 기록했다. 소니는 원래 고도로 다양화된 가전제품이 주무기이지만, 5년 전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PlayStation 4(PS4)’ 콘솔로 큰 이익을 올렸다(자세한 내용은 하단에 ‘게임 체인저를’ 참조). 현재 소니 매출의 30% 가량이 게임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번스타인의 수석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다이David Dai는 “향후 3년 내 소니의 게임부분 연간 이익이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운로드와 게임 내 구매도 소니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심지어 자체 생산하지 않는 게임으로도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다이에 따르면, 콘솔 제작업체는 직접 게임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더라도 다운로드로 발생하는 이익의 30%까지를 가져가고 있다.

이 쯤 되면 투자자들은 소니가 과연 게임만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회사는 현재 플레이스테이션 4와 가전제품을 연결해 음악과 동영상을 재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소니는 아직 ‘플레이스테이션 5’의 출시일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 시기에 대해선 2018년 말부터 2021년까지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위험한 조짐이 보인다: 어도비 디지털 인사이트 Adobe‘s Digital Insights에 따르면, 작년 추수감사절을 맞아 소니는 정가 299달러짜리 PS4를 100달러나 할인한 가격에 판매했다. 하지만 닌텐도 스위치는, 온라인 상에서 같은 가격에 판매했음에도 라이벌 소니 제품보다 불티나게 제품을 팔았다. 스마트 폰 같은 소니의 다른 사업 부분도 탄탄하긴 하지만, 성장은 다소 정체돼 있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소니의 주가 전망은 좋다. 하지만 2017년 올린 70%의 무서운 상승세를 재현하기 쉽지 않다.

게임 제조업체들이 만들어내는 갖가지 헤드라인 뉴스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들은 업계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게임 속 구매’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웨드부시 증권사 대표 마이클 패처 Michael Pachter는 일렉트로닉 아츠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 회사는 인기 스포츠게임 ‘매든 NFL Madden NFL’과 ‘피파 사커 FIFA soccer’를 만들었다. 이 유명 시리즈물 게임 덕분에 EA는 2017년 중반 결산한 회계연도 장부에 18억1,000만 달러 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소액결제와 구독, 게임 확장 등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고정 매출 덕분에 전년 대비 이익이 25% 가량 증가한 것이었다. 물론 이런 공식은 항상 통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는 작년 가을 소비자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후, ‘스타워즈 배틀프런트 II Star Wars Battlefront II’에서 게임 내 구매 기능을 삭제했다. 하지만 게임제조업체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투자자를 만족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때문에 이런 작전상 일보 후퇴는 필수가 아닌 예외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 게임 체인저들
기존 플레이스테이션 제품과 신규 출시된 스위치 등 대조적인 두 콘솔기기가 최근 몇 년간 소니와 닌텐도의 강력한 성장을 이끌어왔다.



닌텐도 스위치 ▶ 이 제품은 비교적 조작이 쉽다: TV 및 모바일 기기 화면에 모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출시 10개월 만에 미국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판매된 비디오 게임 콘솔로 자리매김했다.

가격(미국) : 299달러
인기 게임 :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Super Mario Odyssey,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출시일 : 2017년 3월
매출 : 미국 내 480만대 판매; 전 세계 약 1,200만대 판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 23년 된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 최신 버전도 이젠 수명이 다해간다. 하지만 최근 초고선명영상 기술을 사용한 프로 버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가상현실 헤드셋을 접목하고, 뷰 Vue를 통한 실시간 TV 시청 기능을 더한 PS4의 매출이 예상 밖으로 급증했다.

가격(미국) : 299달러
인기 게임 : 호라이즌 제로 돈 Horizon Zero Dawn, 콜오브 듀티: 워드워2 Call of Duty: WWII
출시일 : 2013년 11월
매출 : 게임 콘솔 7,000만대 판매; VR헤드셋 200만대 판매; 플레이스테이션 소프트웨어 뷰Vue 구독자 40만 기록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LUCINDA S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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