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기획재정부는 ‘서비스산업 혁신방안’을 내놓으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 투자개방형 병원부지에 국내 종합병원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투자개방형 병원 자리가 종합병원으로 바뀐 것이다. 이 땅은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가 ‘동북아 의료허브’를 만들겠다며 조성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발에 16년간 진척이 없었다.
18일 나온 보건복지부 조직문화 및 제도개선 위원회의 권고문은 앞으로 이 같은 투자개방형 병원의 설립 시도조차 못하게 했다. 위원회는 “현행 의료법에서 의료기관 개설 가능 조건을 제한하고 있는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분위기라면 도민들을 대상으로 공론화 과정을 밟고 있는 제주국제병원 허가 결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활용을 비롯해 정밀의료가 중시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의료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투자개방형 병원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며 “보건의료 산업의 핵심축은 병원”이라고 지적했다.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보건의료를 삭제하라는 권고도 논란거리다. 위원회는 프리존법의 기업실증특례는 지역전략산업의 경우 기획재정부가 특위 의결을 통해 사업을 허가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신기술 기반사업 조항은 특위가 신기술 기반사업으로 승인하면 관계부처에 관련 법 제·개정·폐지를 권고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두 가지 조항이 보건의료 산업에 적용되면 부작용 발생 시 국민 생명과 건강에 파급력이 크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후유증이 예상된다는 논리다.
서비스업법도 마찬가지다. 보건의료가 서비스업법 적용을 받으면 실제 파급효과가 파악조차 안 된다는 근거를 대고 있다. 복지부의 고위관계자는 “위원회의 걱정은 의료 공공성을 훼손할 만큼 의료가 지나치게 영리화되는 것을 복지부가 조율하라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복지부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재호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산업육성 측면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일어나면 안 된다”며 “규제프리존법이나 서비스법에서 의료 영리화 요소를 완전히 제외한다는 선언은 자칫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 육성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 2월 국회 기획재정소위에서 서비스업법과 관련해 “의료 부분을 명시적으로 빼 버리면 앞으로 의료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책 의지조차 없다고 업계가 볼 가능성이 높다”며 “보건의료 업계 입장에서는 다른 분야와 유사한 지원을 안 해 줄 것이라고 오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법인 허가 불허도 상황은 비슷하다. 위원회는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운영은 법 개정사항이라는 지적에도 복지부 지침을 통해 이를 허용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가이드라인을 통한 의료법인의 영리적 자법인 허용은 앞으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앞서 참예원의료재단과 혜원의료재단이 복지부 지침으로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최순실 국정논란 사태에서 주목받았던 차바이오텍은 실제 허가를 받지 않아 논란이 됐지만 맞춤형 건강검진과 서비스로 국내 의료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도조차 못하게 될 확률이 커졌다.
건강관리서비스도 영역이 축소된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는 신시장 창출과 유망서비스업 육성을 목표로 건강관리 서비스 활성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위원회는 지역사회를 기본으로 현행 보건의료 체계 안에서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서비스업 발전을 위한 핵심 분야가 의료와 교육”이라며 “투자개방형 병원은 일자리 창출과 의료한류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인데 위원회의 결정이 아쉽다”고 말했다. /세종=김영필·빈난새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