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전두환 욕하지 말라 압박”..‘임을 위한 행진곡’ 3년 만에 전한 5·18 이야기

‘임을 위한 행진곡’이 ‘열사 정신’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이야기를 제작했다.

배우 김꽃비, 전수현, 김채희, 김효명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는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박기복 감독, 배우 김꽃비, 전수현, 김채희, 김효명이 참석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이철수의 의문사 이후로 시간이 멈춰있는 엄마 명희(김부선)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 희수(김꽃비)가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드라마.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크랭크업한 이후로 3년 만에 대중 앞에 공개된다.

이날 박기복 감독은 이번 영화 제작 과정에서 다음 스토리 펀딩을 진행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 해보는 것이었는데 거기서 상당히 큰 힘과 가능성을 얻었다.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라고 십시일반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 출신인 박기복 감독이 학창 시절 실제로 보고 들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박기복 감독은 “이철규 열사는 실제로 몇 차례 지나가다 만난 적도 있었다. 내가 그 당시에는 학생이었는데 그 때부터 ‘의문사’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그걸 밝혀내고 싶었다”며 “이 영화도 그런 쟁점으로 만들었다”고 영화의 제작 배경을 밝혔다.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지금에라도 가해자들의 양심선언을 듣고 싶었다”고 강조한 그는 “스토리 펀딩을 진행하던 당시 ‘제목이 좀 그런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 또 한 번은 ‘전두환을 욕하지 말라’는 전화도 받았다. 그 때는 워낙 바쁘고 힘들다 보니 무시했다. 크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고 털어놨다.

박기복 감독은 김부선 출연에 대해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각했던 분이었다. 출연 제안을 했더니 시나리오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며 “아파트 난방비 문제에 투사를 한 부분이 좋게 다가왔다. 그런 점에서 영화에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사회 정의에 관심을 갖는 배우가 출연을 했으면 했다”며 “아주 열성적으로 작품을 고민해줬다. 요즘에도 아파트 난방 문제로 바쁘시다”고 밝혔다.


아나운서 이지애, 감독 박기복, 배우 김꽃비, 전수현, 김채희, 김효명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주인공 희수 역의 김꽃비는 “나도 15년 전 배낭여행 당시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묘를 간 적이 있었다. 영화를 촬영하며 그 때 느낀 감정이 되살아났다. 꽃비도 광주사태를 잘 모르다가 점차 알게되는 인물인데, 나와 비슷한 상황의 연기를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극 중 개그우먼을 직업으로 삼았던 희수의 역할 설정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너무 틀에 박힌, 우리가 너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여주인공을 설정하지 말자고 했다. 생생한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전형적인 인물은 오히려 멀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자신만의 신념을 가진 법대생 철수로 분한 전수현은 실제 광주 출신으로, 이번 영화에 남다른 의미를 갖고 참여했다. 전수현은 “경상도 사투리를 해야 했는데 어려웠다”고 시범을 보인 후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는 “하는 날마다 나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 너무 신기하고 신나서 소풍가는 느낌으로 매일 갔다”며 “딱 한 번 힘든 적이 있는데 저수지에서 시체로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게 벌레였기 때문이다. 거머리가 옷과 입 속으로 들어갔는데 무서워하며 촬영했다”고 털어놨다.

배우 김채희, 전수현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춤을 추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철수와 캠퍼스 커플이자 뜻을 함께한 운동권 미대생 과거 명희 역의 김채희는 실제 5.18 새벽방송의 주인공 박영순을 모티브로 연기했다. 김채희는 “처음에 단호하고 또박또박 말하는 어투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 직접 들어보고 연기해 달라 하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촬영하며 모든 순간이 다 기억에 남는다. 특히 촬영장에서 밥이 정말 맛있었다. 저희 영화가 스토리펀딩으로 진행되다 보니 지역에서 식사도 많이 제공해주셨는데, 촬영하면서 설렘이 있었다. 속이 든든했다”며 웃었다.

이전에 드라마 ‘각시탈’ ‘넝쿨째 굴러온 당신’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태양의 후예’ 등으로 다작해온 배우 김효명은 ‘임을 위한 행진곡’에서 과거 철호 역을 맡아 연기했다.

김효명은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 환경 차이점으로 “개인적으로 ‘시간’인 것 같다. 드라마는 정해진 방영날짜에 맞춰 빨리 찍어야 했다면, 영화는 상황 등을 충분히 생각하고 촬영한 것 같다”고 분석하며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 모두 충분한 캐릭터 분석을 하고 촬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임을 위한 행진곡’은 5월 개봉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