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강력부(박재억 부장검사)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73명을 적발해 45명을 도박장소 개설 또는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하고 21명은 계속 수사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검찰이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막대한 범죄수익을 거둔 수십명에게 탈세 혐의를 적용해 2,000억원대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박재억 부장검사)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73명을 적발해 45명을 도박장소 개설 또는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하고 21명은 계속 수사한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재판에 넘긴 45명 중 23명에게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의 탈세액은 1,000억원 가량이며 수사 중인 사안까지 포함하면 2,000억원을 웃돈다. 과세액에 비춰 이들이 불법도박으로 챙긴 수익은 2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검찰은 국세청에 자료를 제공해 이들에게 세금을 물리도록 했다.
그간 학계 등에서는 위법한 사업이나 불법 소득에도 세금을 물릴 수 있다고 해석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물릴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도박사이트에도 이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있을지 불분명했다. 이 때문에 도박사이트 관련자들은 엄청난 이익을 거두고도 대부분 도박장소 개설이나 국민체육진흥법상 도박장 개장 등의 혐의로만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그러는 사이 국내 불법도박 규모는 정부 예산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83조7,000억원(2015년) 수준까지 확대됐다. 검찰은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마늘밭에 불법도박 수익금 110억원을 묻어 둔 사례처럼 엄청난 범죄이익을 거두고 있다”며 “그럼에도 선고형량이 높지 않아 처벌받더라도 몇 년 살고 나오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적용한 조세포탈 혐의는 액수가 1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며, 포탈액의 2∼5배에 해당하는 벌금도 물릴 수 있다. 이를 통해 도박사이트 운영자의 범죄수익을 최대한 박탈하고 관련 조직의 자금원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검찰이 이날 재판에 넘긴 도박사이트 관련자 중에는 중국 청도 등에 사무실을 두고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며 140억원을 탈세한 성남 국제마피아파 출신 이모씨(38) 등 일당 16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범죄수익으로 고가 외제차량을 리스해 타거나 값비싼 시계를 차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사건을 관할하는 경기 성남 수정경찰서 강력팀장 이모씨(구속기소)에게 3,700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미 불법 도박장 개설 등 혐의로 복역 후 출소한 이들도 조세포탈 혐의로 추가 기소했으며 재구속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