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 '드루킹 입' 열리나

警 수사와 함께 재판 본궤도
與 유력 정치인들 연루 의혹
"게이트조짐, 폭탄발언 가능성"
영부인 경인선 챙기는 영상에
靑 "몰랐다" 선긋기 나서기도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관련 진상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대검찰청을 찾은 김성태(왼쪽 세번째)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일부가 재판에 들어가면서 ‘드루킹’ 김씨의 입에 정치권을 비롯해 각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 여당 유력 정치인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재판과 경찰 수사에서 나올 김씨의 진술에 따라 파장이 정해질 수 있어서다. 김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폭탄 발언’을 쏟아낼 경우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 있다는 얘기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씨 등의 재판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2단독 김대규(사법연수원 33기) 판사에게 배정됐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와 함께 재판까지 본궤도에 진입한 셈이다.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해당 사건에 여당 유력 정치인들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물론 여당 실세 의원들까지 김씨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며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4월3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투표일에 김씨가 주도한 문 후보 지지 온오프라인 정치그룹인 ‘경인선(經人先·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을 챙기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까지 공개됐다. 청와대가 “알고 한 것이 아니다”라며 선 긋기에 나섰으나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경찰이 수사의 고삐를 죄는 동시에 검찰이 김씨를 기소하자 그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김씨가 ‘폭로’ 쪽으로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검찰이 기소를 하루 앞둔 지난 16일 김씨를 불러 조사하려 했으나 변호인 접견과 건강상 이유 등으로 조사에 불응했다는 점이 그의 심적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때만 해도 김씨는 업무방해 등 단순 사건으로 인식할 수 있었으나 며칠 새 상황이 급변하면서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며 “그가 검찰 수사 거부 사유로 꼽은 변호사 접견에서도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현덕·윤경환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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