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안방보험의 해외 자산 정리의 일환으로 동양생명(082640)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동양생명의 중국인 임원들이 자사주 취득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17일 동양생명은 뤄젠룽 대표이사와 피터 진(진슈에펑) 경영전략본부장(상무)이 각각 1만2,000주, 6,000주를 신규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뤄 대표는 안방그룹 출신으로 지난해 9월 구한서 사장과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가 지난 3월 말 단독 대표이사를 맡았다. 구 사장은 2월 말 임기가 만료된 후 재선임을 노렸지만 육류담보대출 사태 당시 동양생명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금감원에 경징계인 주의 조치를 받으며 사퇴했다. 피터 진 상무는 새롭게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안방보험이 파견했다.
두 임원의 자사주 신규 취득은 시장에서 확대되고 있는 매각설을 일축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동양생명은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의 구속 이후 경영권을 뺏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해외투자 정리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중국 보험관리감독위원회는 1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안방보험에 투입하며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 안방보험이 보유한 해외자산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양생명과 ABL생명 지분 역시 매각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인 임원들의 신규 지분 취득은 육류담보대출 등으로 추락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도 보인다. 일각에서 제기된 금감원의 중징계가 마무리됐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보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최근 동양생명에 육류담보대출 부실사태에 대한 징계를 사전 통지했다. 이 통지에는 기업대출 부문의 일부 영업조치가 포함되며 중징계를 받았다. 임직원에 대해 문책적 경고, 정직, 감봉 등의 조치가 부과됐고 구 전 사장을 포함한 퇴직자 2명에 대해서도 위법 사실 통보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징계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일부 영업정지의 징계가 확정된다면 동양생명은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라 3년간 신사업 진출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동양생명은 육류담보대출과 관련해 담당 직원의 배임 여부에 대한 의혹에 고소를 제기하는 등 대응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투자가들이 19거래일 연속으로 120만주가량을 사들이는 등 매각설에 대해 동요하고 있다”며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경영 자신감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이자 매각 가능성을 일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