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시전형(학생부종합전형)이 ‘깜깜이·금수저 전형’으로 불리며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 최근 교육부가 대학 측에 수시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고 정시를 확대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면서 정시·수시 적정 비율 문제가 재부상하는 모양새다. 교육부는 지난 11일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 보고서에도 정시 축소의 속도 조절을 위한 정시·수시 적정 비율을 논의사항으로 담았다. 2019학년도 대입전형의 경우 수시·정시전형 비율이 8대2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정시 확대 찬성 측은 가장 공정한 시험인 수능성적 선발을 늘려 수시 경쟁에서 밀려난 학생들에게 재도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수능이 이미 선발시험 기능을 상실했으며 올바른 인재 선발을 위해 오히려 정성적 평가를 더 늘려야 한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지난 11일 교육부가 수능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간의 적정 비율, 수시와 정시의 통합 여부 등에 관해 사실상 국가교육회의에서 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요청 자체만으로도 현행 학종은 더 이상 종전의 높은 비율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동시에 교육부의 정시수능전형 확대 방침이 공식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현행 2019학년도 대입에서 수시 비율은 76.2%이고 정시는 23.8%다. 정시에 포함되는 수능전형은 20.7%에 불과하다. 문제의 핵심은 수시 중 학종의 지나친 확대다. 학종은 전체의 24.3% 수준이지만 서울 주요 대학은 평균 50% 이상이다. 서울대는 78.5%, 고려대는 62%, 서강대는 55.5%에 이르는 실정이다.
지금 정시수능전형 확대 요구가 거세진 것은 학종의 폐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학종은 대학이 전형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교사가 기록한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 기록, 학생이 제출한 서류, 그리고 면접 등 여러 가지 전형 요소를 다양한 방식으로 ‘종합’하고 ‘정성적으로(주관적으로)’ 평가해 재량에 의해 학생을 골라 선발하는 전형이다. 그래서 학종은 이미 국민 여론을 통해서도 수없이 확인되고 있듯이 복잡한 전형,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 사교육 전형이 돼 버렸다.
또한 학종은 학생 자신이 아니라 부모 개입과 학교 유형, 담임교사의 주관적 기록에 따라 그 결과가 좌우되는 ‘불공정 전형’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성적에 따라 사실상 진학 대학의 수준이 결정돼 버리기에 고2 후반기나 고3 시기의 재도전 기회를 봉쇄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대학 진학 기회조차 제한하는 ‘재도전 봉쇄 전형’이다.
다만 극히 일부(약 11%)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고른기회입학전형’의 학종만이 ‘착한 학종’이고 예외적인 ‘흙수저 학종’일 뿐이다. 학종 옹호론자들은 이 학종의 성과로 전체 학종의 문제를 위장하며 홍보를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고른기회입학전형의 학종을 제외한 여타 일반 학종은 앞서 언급한 온갖 문제들을 안고 있다. 한마디로 학종은 두 얼굴을 가진 전형이다.
그리고 수시는 이런 학종, 학종과 유사한 실기(특기자)전형, 그리고 논술전형 등으로 이뤄졌다. 수시, 특히 학종이 확대되면서 계속 고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상승했으며 2016년에는 무려 10.9%, 2017년에는 8.7%가 상승했다. 한국장학재단이 2017년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국가장학금 수혜 실적에 따르면 이미 서울의 주요 8개 대학 재학생 중 72.5%에 이르는 학생들이 국가장학금 1유형(학생직접지원형)을 받지 않거나 받지 못하는 최상류층(9~10분위)이었다. 서울 주요 대학은 이미 상류층이 장악했다.
정시수능전형은 수시, 특히 학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정하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자신의 능력과 노력, 학업 성취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며 결과를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전형이다. 학교의 교육력도 향상됐고 수능 대비 온라인 강좌들이 EBS 등에서 제공되고 있어 무료 또는 저비용 학습이 가능하다. 정시수능전형은 대학이 마음대로 조작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모집단위에 따른 다양한 진로맞춤 전형도 가능하다. 또한 수능전형은 고2·3학년 학생, 학교 밖 청소년, 그리고 성인들의 재도전과 노력의 결과까지도 정당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정시수능전형은 최소한 50% 이상 확대돼야 한다.
하지만 정시수능전형 확대를 위해서는 수능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수능을 지식 암기평가로 타락시키는 수능·EBS 연계 정책이 수정돼야 한다. 수능이 지금보다 더 논리적, 비판적, 창의력 등 미래 핵심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도구로서 타당성과 신뢰성을 더 갖춰야 한다. 선다형 평가라는 한계를 극복하며 점진적으로 논·서술형 문항을 출제하면서 학생들의 깊이 있는 사고력 향상을 촉진하는 기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올바른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