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국가정보원의 온라인 여론 조작을 지시·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사진) 전 국가정보원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 대해 모두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이 전 3차장과 민 전 단장도 각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6개월을 내린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지난 2013년 6월 1심을 시작한 지 거의 5년 만에 최종 판결이 났다. 대법원은 “국정원 사이버팀 직원들은 원 전 원장 등의 지시를 받아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활동을 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원 전 원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당하고 문재인 정부와 함께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 덕분이다. TF는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의 결정적 증거였던 트윗 글 10만여개와 인터넷 댓글 90여개, 원 전 원장의 대선 개입 발언이 담긴 국정원 부서장 회의 녹취록을 찾아내 검찰에 넘겼다. 검찰이 지난해 8월 파기환송 후 항소심 막바지에 이 증거들을 법원에 제출했고 재판부는 이들을 토대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앞서 원 전 원장에 대한 재판은 심급별로 결과가 뒤집혀 논란을 일으켰다.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대체로 인정됐지만 대선에 개입했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은 국정원법 위반은 유죄,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6개월, 집유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2심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2015년 대법원은 핵심 증거였던 ‘425 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력이 없다며 파기환송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