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PB서 현직 교수까지 "최고 CEO 될래요"

'창업사관학교' 입교식 가보니
발열 유아식판·재활운동기구 등
자신의 아이디어로 창업 부푼 꿈
입교자에 최대 1억·사업비 지원
중진공 "전국 17곳으로 늘릴 것"

지난 18일 경기도 안산 중소기업연수원에서 열린 ‘청년창업사관학교 8기 입교식’에서 입교생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중진공


“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직접 제작한 제품을 가지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예요. 청년창업사관학교가 그 시작이 되면 좋겠습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8기 입교생 이은희씨)

지난 18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중소기업연수원에서 열린 ‘청년창업사관학교 8기 입교식’은 수도권과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등 전국 각지에서 창업의 꿈을 안고 찾아온 청년 창업자들이 내뿜는 열기로 한껏 달아올랐다. 이들의 눈엔 최고경영자(CEO)가 되겠다는 열망이 짙게 배어 있었다.

지난 2014년 직장에서 퇴사한 뒤 아이를 돌보며 가정주부로 지내던 이은희씨는 ‘발열 유아 식판’이라는 아이디어 하나로 청년창업사관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과거 증권사에서 약 10년간 프라이빗뱅커(PB)로 근무했던 이씨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의 입장에서 아이가 먹는 음식을 계속 따뜻하게 유지하는 ‘발열 유아 식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 창업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의 8기 입교생으로서 각종 교육과 사업비 등을 받게 된 이씨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제품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최종적으로는 두 자녀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중국 시장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미소를 지었다.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해양스포츠학을 가르치는 이효택 부경대 겸임교수도 이날은 학생이 됐다. 과거 스키·수영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병원이나 국가대표팀 등을 대상으로 재활 운동기구를 수입 판매하다 직접 개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령화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수입 재활 운동기구는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으로 너무 비싼 상황이다. 이 교수는 “재활이 필요한 이들과 고령층을 위한 실감형 헬스케어 장비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일부만 활용할 수 있는 기존 고가의 의료재활 운동장비가 아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게 즐기고 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성영 인투앱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한 번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찾았다. 과거 바이오항체 생산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던 이 대표는 지난 2월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졸업한 7기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졸업한 교육생 중 우수 평가를 받는 이들에게 1년 더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 대표는 지난해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관심을 받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아 8기로 재입교하게 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 7기로 입교하면서 재조합 항체를 제작하는 ‘인투앱’을 설립할 수 있었다”며 “현재 동물을 이용한 항체 생산은 북미 등에서 윤리 문제에 부딪히고 있지만 재조합 항체는 이런 이슈가 없어 커 나갈 수 있는 시장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2011년 국내 최초로 원스탑 방식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시작돼 지금까지 총 1,930명의 청년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했다. 그동안 매출액 1조1,769억원, 지재권 등록 4,167건, 일자리 창출 4,617명의 성과를 냈다. 수백억원의 투자금 유치에 성공하며 유니콘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와 직방은 이 곳을 거쳤다.

이번 8기 입교생들의 경쟁률은 4.9대 1로 는 역대 최대 규모인 2,227명이 지원해 450명이 관문을 뚫었다. 이번 8기 입교자에게는 1년간 총 사업비의 70% 이내, 최대 1억원까지(2년 과제는 2년간, 최대 2억원까지) △시제품 개발 등에 소요되는 사업비 △창업공간 △실무교육 △기술·마케팅 전문가의 밀착 코칭 등이 지원된다. 졸업 후에도 창업성공패키지 성장촉진 프로그램을 통해 보육 및 코칭, 기술개발, 정책자금, 마케팅·수출, 투자유치 등도 연계 지원한다.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은 “현재의 5곳만으로는 부족하며 전국에 동시에 청년창업을 확산해야 한다고 생각해 17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산=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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