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에 위치한 IBM 디자인 본사에 클라우드 제품 디자이너들이 앱 개발자들 위한 ‘공감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IBM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디자인 혁신에 대해 알고 싶다면 포스트잇들을 살펴보라.
IBM의 매니징 디렉터 다이앤 폴레니취 Diane Paulenich는 “포스트잇을 어느 곳에서든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32년 전 IBM 콜센터 직원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그녀는 “우습게 들리겠지만, 사무실 이곳 저곳을 둘러 보면 팀원들이 서로 모여 포스트잇을 이용해 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
했다.
사무실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들은 ‘디자인 사고’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직원들은 형광색 포스트잇에 생각을 적고, 화이트보드에 붙여둔다. 이를 ‘공감 지도’를 만드는 데에도 사용한다. 공감지도 제작을 통해 이용자나 고객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말하고 하는지를 상상함으로써 그들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다.
폴레니취 본인도 팀원들과 간단한 브레인 스토밍 작업을 할 때, 디자인 사고 프로세스를 적용하게 됐다. 그녀는 “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종이에 적도록 하면 회의 중 (대화를 독점하는) ‘진상’들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레니취는 고객과의 미팅을 준비할 때도 고객 사진을 중앙에 붙여 공감지도를 만들곤 한다. 그녀는 “실제로 작은 사진을 붙여 실감나게끔 한다. 그렇게 하면 ‘네가 아닌 고객을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상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 당신은 IBM을 떠올릴 때, 특허를 수집하고 중앙 컴퓨터를 제작하는 엔지니어링 회사로 생각할 수 있다(실제 그렇기도 하다). 또는 구글과 아마존의 시대에 살길을 개척하려 애쓰는 위엄 있는 기술 거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당신이 IBM의 TV광고를 본 적이 있다면, 인공지능 플랫폼 왓슨 Watson을 만든 회사로도 기억할 수 있다. 그렇다면 디자인 리더 기업으로 연상될 가능성은? 아마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자. 현재 IBM에는 20개 이상 국가 44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활동 중인 전문 디자이너 1,600여 명이 있다. 세계 최대 규모다. 이는 일단 공식 디자이너들만 합산한 수치다. IBM은 폴레니취 같은 수만 명의 직원들에게 디자인 사고에 대한 기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2012년 지니 로메티 Ginni Rometty가 CEO로 부임한 후 불과 6년 만에 사실상 이런 모든 역량을 갖췄다는 사실이다. 로메티는 2013년 임원 필 길버트 Phil Gilbert에게 조직원 38만 명의 교육업무를 맡겼다. 디자인의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실제로 그 기술을 다시 배우도록 한 것이었다.
오스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IBM 디자인 부분 임원들: (왼쪽부터) 나이절 프렌티스 Nigel Prentice, 조니 세일러 Joni Saylor, 제프 닐리 Jeff Neely, 리즈 홀츠 Liz Holz, IBM 디자인 총괄 매니저 필 길버트 Phil Gilbert
사실 IBM은 디자인과 관련해 유명한 역사를 갖고 있다. 1956년 토머스 왓슨 주니어 Thomas Watson Jr.는 CEO로 부임한 후 최초로 기업 디자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는 제품 역량과 회사 평판 모두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그는 1973년 연설에서 “좋은 디자인은 좋은 비즈니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이후 몇 년 간 디자인에 대한 집중력이 약화됐다.
오늘날 IBM의 디자인 사업부는 텍사스 주 오스틴 Austin에 위치한 본사 캠퍼스 건물 내 2개 층 (화이트보드 및 개방형 사무실로 구성된 총 5만 제곱피트 규모)을 차지하고 있다. 왜 오스틴일까? 지난 2010년 당시 IBM이 길버트(61)가 오스틴에서 운영하던 B2B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길버트는 디자이너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디자인의 잠재력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는 1980년대 처음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부터 디자인이 사업 규모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을 갖고 있었다. 그는 “그 후부터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공 비결이 최종 사용자의 경험에 달려 있다는 신념을 잊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길버트는 발 빠르게 움직이라는 로메티의 지시에 따라, 2013년 공격적인 채용에 나섰다. 당시 IBM의 디자이너 비율은 프로그래머 72명 당 1명 꼴이었다. 현재 그 비율은 프로그래머 8명 당 1명으로 바뀌었다. IBM은 신입 사원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신병 훈련소’를 열기 시작했고, 이들은 교육 후 다양한 상품팀-인공지능, 사이버보안, 사물인터넷 등-에 배치됐다. 이들은 그곳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IBM은 지난해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배지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폴레니취를 포함한 9만 명이 넘는 IBM 직원들은 이미 온라인 강좌를 이수해 ‘실무자’ 배지를 받았다. 다른 2만 1,000 명의 직원들은 추가 학습 과정을 거쳐 상급 레벨 배지 3개 중 최소 1개 배지를 취득했다.
길버트는 이런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기업 승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즈니스에서 디자인 사고는 목적 자체가 아니다. 비즈니스는 결과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포스트잇에 써 붙여둘 만한 모토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Brian O’Kee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