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세계최대 車 조명업체 ZKW 인수...전장사업 승부수

1.3조 규모...그룹 역대 최대 M&A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접점 확대
'미래 성장동력' 전장사업 강화 발판

LG그룹이 세계 최대 자동차용 헤드라이트 및 조명 업체인 ZKW를 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한다. LG그룹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전장사업 강화에 나선 LG그룹의 전략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다음주 초 이사회를 열어 ZKW 인수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다. 이사회 결의 직후 전자서명 방식으로 ZKW 매각 측과 계약서에 서명할 계획이다.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가격 등 한동안 진척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이견이 상당 부분 좁혀졌다”면서 “다음주 열리는 LG전자 이사회에서 ZKW 인수 안건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자금부담을 덜기 위해 지주사인 ㈜LG와 공동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ZKW는 지난 1938년에 설립된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 업체로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GM·포드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직접 거래하는 티어1(Tier1) 부품 업체다. 슬로바키아와 중국·인도·멕시코 등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거점에서 약 8,900명을 고용하고 있다. 2011년 4억유로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약 12억유로까지 급증했고 올해는 13억유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고용인원도 이에 따라 올해 1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M&A 시장에서 변방 기업으로 분류돼온 LG가 1조3,000억원가량을 들여 ZKW를 인수하는 것은 미래 성장동력인 전장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미래 성장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구본준 LG 부회장이 직접 ZKW 인수를 강하게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매각 측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해서든 인수를 하라는 게 구 부회장의 의중”이라고 전했다.

LG가 ZKW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부품은 탑승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가 거래의 필수조건처럼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80여년간 완성차 업체들에 헤드램프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온 ZKW를 품는 것은 LG로서는 일종의 ‘보증’을 확보하는 것과 다름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기술이 좋고 가격 경쟁력이 있더라도 안전과 관련한 보증이 없으면 거래를 트기 어려운 게 자동차 부품 시장”이라면서 “이런 약점을 LG가 M&A로 보완했다”고 평가했다.

ZKW 인수를 계기로 LG전자 전장사업 강화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자동차 부품 사업을 전담하는 VC사업본부를 출범시킨 LG전자는 2015년 GM 전기차 ‘볼트EV’에 구동 모터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내는 등 덩치를 키워왔다. 여기에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계열사들의 전장사업과 연계해 공동으로 마케팅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은 전기차용 배터리를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모듈,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완성차 및 부품 업체에 납품한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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