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왼쪽)과 17일 상업위성이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모습. 당시 공사가 상당히 둔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38노스 캡처=연합뉴스
북한이 21일 폐쇄를 발표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핵 개발의 상징적인 장소다. 지금까지 북한이 실시한 6차례 핵실험이 모두 이뤄진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 시설이 상상 이상으로 대규모인 탓에 사찰과 검증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결정서가 만장일치로 채택됐고 이 결정서에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해 공화국 북부 핵 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그동안 ‘북부 핵시험장’이라고 불러온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총 6번의 핵실험이 감행됐다.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 5월 25일, 2013년 2월 12일, 2016년 1월 6일과 9월 9일, 2017년 9월 3일 등이다.
풍계리는 해발 2,205m의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 학무산, 연두봉 등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암반 대부분이 단단한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어 핵실험 이후 발생하는 각종 방사설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핵실험 장소로서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진전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의 활동이 뜸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38노스는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공사가 상당히 둔화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핵실험장에 배치한 군 부대를 절반 가량으로 줄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이러한 풍계리 핵시설 폐쇄를 선언하면서 비핵화 과정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사찰과 검증 과정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과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변 핵시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규모가 어마어마한 영변 핵시설에는 빌딩이 390개 정도 있지만 우리는 5개 정도 밖에 사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비밀리에 뭘 하고 있는지, 초기 신고 내용이 맞는지 검증해야 하지만 높은 강도의 검증 프로토콜에 합의하지 않으면 뭔가를 숨길 수도 있기 때문에 당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북한이 비핵화 공약을 발표하고 합의할 때 이걸 어떻게 검증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비핵화 합의가 이루어진 뒤에 핵 기술자들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쟁점이다. 미국은 구소련이 붕괴된 뒤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로 돌아간 핵 기술자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들이 핵 개발에 관여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자는 “기존의 핵 기술 블루프린트를 빼 오는 것이 핵 비확산 체제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