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15일 새벽 베트남 다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KE464편을 타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MBC 화면 캡처=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파문 확산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집무실에 방음공사를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조 전무와 아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고성·막말을 했고 총수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사과한 뒤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내부 보안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대한항공 안팎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주말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 7층에 있는 조 회장 집무실에 대한 방음공사가 진행됐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현민 전무가 본사 6층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고성을 지르고 폭언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된 후 큰 소리가 새나가지 않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이 같은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한항공 관계자도 “방음공사는 조 회장이 근무하는 중역실에서 금요일과 토요일 사이 이뤄졌다”며 “조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직원 9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에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이 올라오고 있다. 이번 방음공사에 대한 회사 안팎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진솔한 사과를 하더라도 파문이 잦아들기 힘든 판에 잘못을 은폐하려 한다는 비판 여론이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고성과 막말 등의 잘못된 행동을 고칠 생각은 안 하고 방음공사부터 하느냐는 비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측은 “지난주 서울 공항동 본사 7층 회장실 포함 중역실 전체를 대상으로 일상적인 시설 점검을 한 적은 있지만 방음 공사를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중역실은 7층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외부와 차단돼 있어 별도의 방음 공사를 할 필요가 없다”며 “특히나 조양호 회장의 방은 맨 안쪽이라서 방음공사가 더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유튜브 등 인터넷에는 당시 ‘물벼락 갑질’로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전무로 추정되는 인물이 직원에게 욕설과 함께 고성을 지르는 음성파일이 공개됐다. 불과 닷새 뒤인 19일에는 이명희 이사장이 2013년 당시 평창동 자택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작업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돼 비판 여론이 확산했다. 이처럼 파문이 커지는데도 조양호 회장은 이달 12일 차녀 조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이 발생한 뒤 어떤 사과나 입장 표명도 하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