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날씨, 배달업체만 재미 봐

KB국민카드 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1월중 강추위(영하 10도 이하) 기록한 10~12일·23~26일 일평균 카드결제건수 음식업종별로 -6%~-1.9% 가량 줄어…반면 배달앱 결제건수는 21.1% 늘어
중국음식점 매출이 강추위 기간 많이 늘었는데 이는 배달원 고용하는 형태로 추정

날씨와 자영업 매출은 어떤 연관성을 지닐까.

날씨가 추워지면 뜨거운 국물의 음식들이 집중적인 선택을 받는다는 것이 상식이다. 혹은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메뉴가 잘 팔리지 않을까. 답은 배달업체다. 극단의 날씨가 소비자들의 행동반경을 제한한 결과다.

올 들어 외식업종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배달업체는 큰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파가 직장인들은 서둘러 귀가하게 하고 집 거주자는 외출을 삼가도록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언뜻 당연해 보이는 결과이지만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 불리한 영업여건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파가 대다수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줄이고 배달업에 한정돼 매출증대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22일 KB국민카드 빅데이터전략센터에 따르면 올 2월 한파(최저기온 영하 10도 미만)가 몰아친 10~12일, 23~26일 등 총 6영업일 간 음식업종의 일평균 카드이용건수는 나머지 영업일 대비 2.2%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형태별로 보면 양식이 6.0% 감소해 가장 큰 영향을 받았고 일식·생선회집(-5.5%)-커피전문점(-5.0%)-휴게음식점(-4.3%)-패스트푸드(-3.9%)-한식(-3.2%)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배달통·배달의민족·요기요 등 배달앱의 결제건수는 무려 21.1% 증가했다. “(날씨가) 추운데 시켜먹자”는 일반적 상식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특히 중국음식의 경우 배달앱 외에 가장 큰 결제건수 상승률(8.3%)을 기록했는데 이는 한식이나 양식에 비해 배달업무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중국음식점은 배달앱 외에 자체 배달직원을 고용해 영업하는 사례가 흔하다.

한파가 일평균 매출액에 끼친 영향은 더 크다. 한파가 몰아친 기간 음식업종의 일평균 매출은 0.3% 증가했다. 카드결제금액의 기조적 상승 및 외식수요의 배달업체 흡수 등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되지만 전체업종 카드매출액 상승률(16.8%)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 외식업종의 절대적 매출은 미약하게나마 늘었지만 전반적인 소비 흐름에 비춰보면 상대적으로 매출감소 피해를 본 것이다. 그만큼 한파가 자영업자 매출에 악영향을 끼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배달앱 이용업장의 매출이 늘었다 해서 자영업자들 사정이 나아졌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배달앱 3사는 주문당 최고 12.5%의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배달앱 화면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선 광고비와 결제시 수수료 3%를 추가로 내야 한다. 동네 음식점의 경우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 대비 수수료 부담율이 더 높다.

목동에서 배달전문식당을 운영하는 이세종(가명)씨는 “배달앱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점차 많아지면서 가게로 직접 주문하는 비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며 “다른 업체하고 경쟁하려면 배달앱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중개수수료가 아깝더라도 울며겨자먹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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