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 뜨거운 국물의 음식들이 집중적인 선택을 받는다는 것이 상식이다. 혹은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메뉴가 잘 팔리지 않을까. 답은 배달업체다. 극단의 날씨가 소비자들의 행동반경을 제한한 결과다.
올 들어 외식업종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배달업체는 큰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파가 직장인들은 서둘러 귀가하게 하고 집 거주자는 외출을 삼가도록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언뜻 당연해 보이는 결과이지만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 불리한 영업여건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파가 대다수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줄이고 배달업에 한정돼 매출증대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22일 KB국민카드 빅데이터전략센터에 따르면 올 2월 한파(최저기온 영하 10도 미만)가 몰아친 10~12일, 23~26일 등 총 6영업일 간 음식업종의 일평균 카드이용건수는 나머지 영업일 대비 2.2%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형태별로 보면 양식이 6.0% 감소해 가장 큰 영향을 받았고 일식·생선회집(-5.5%)-커피전문점(-5.0%)-휴게음식점(-4.3%)-패스트푸드(-3.9%)-한식(-3.2%)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배달통·배달의민족·요기요 등 배달앱의 결제건수는 무려 21.1% 증가했다. “(날씨가) 추운데 시켜먹자”는 일반적 상식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특히 중국음식의 경우 배달앱 외에 가장 큰 결제건수 상승률(8.3%)을 기록했는데 이는 한식이나 양식에 비해 배달업무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중국음식점은 배달앱 외에 자체 배달직원을 고용해 영업하는 사례가 흔하다.
한파가 일평균 매출액에 끼친 영향은 더 크다. 한파가 몰아친 기간 음식업종의 일평균 매출은 0.3% 증가했다. 카드결제금액의 기조적 상승 및 외식수요의 배달업체 흡수 등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되지만 전체업종 카드매출액 상승률(16.8%)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 외식업종의 절대적 매출은 미약하게나마 늘었지만 전반적인 소비 흐름에 비춰보면 상대적으로 매출감소 피해를 본 것이다. 그만큼 한파가 자영업자 매출에 악영향을 끼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배달앱 이용업장의 매출이 늘었다 해서 자영업자들 사정이 나아졌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배달앱 3사는 주문당 최고 12.5%의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배달앱 화면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선 광고비와 결제시 수수료 3%를 추가로 내야 한다. 동네 음식점의 경우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 대비 수수료 부담율이 더 높다.
목동에서 배달전문식당을 운영하는 이세종(가명)씨는 “배달앱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점차 많아지면서 가게로 직접 주문하는 비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며 “다른 업체하고 경쟁하려면 배달앱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중개수수료가 아깝더라도 울며겨자먹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