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명수, 김정은 연설 중 조는 모습 포착 / 연합뉴스
북한 군부 서열 2위인 리명수 총참모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설 도중 고개를 푹 숙이고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이 22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을 탔다. 최고지도자가 얘기할 때 조는 것을 ‘불경죄’로 간주하는 북한에서 리명수 총참모장에 대한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 영상을 보면 회의장 맨 앞줄에 앉은 85세 고령의 리명수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연설 중이었는데, 다른 간부들이 김 위원장 ‘말씀’을 열심히 받아적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리명수의 손가락에 끼워진 볼펜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날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포하고 ‘핵실험 중단·경제건설 총력’ 등 노동당의 새 전략노선을 제시했다. 이 같은 중요한 순간에 졸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리명수가 자리를 보전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연준 노동당 검열위원장이 이를 발견하고 리명수에게 눈총을 보내는 모습도 영상에서 확인됐다. 조연준은 모든 중앙당 간부들을 감독·통제하는 위치에 있어 김 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을 비롯한 고위간부들의 숙청에 관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이었던 리명수는 김정은 정권 초기 인민보안부장을 끝으로 은퇴했다 2016년 2월 총참모장(합참의장격)에 발탁되면서 다시 등장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을 받으며 노동당 정치국 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때 북한군 서열 1위로 거론됐던 현영철도 지난 2015년 4월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할 때 졸다가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현영철이 군 관련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연설 중 조는 모습이 적발된 데다 그의 지시에 대꾸하고 불이행했으며,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등 ‘불경’, ‘불충’이 지적돼 2015년 4월 30일께 ‘반역죄’로 처형됐다고 밝힌 바 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