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개발률이 65.1%에 그치는 새만금 산업단지 전경. /연합뉴스
“문제는 속도입니다. 이번에 신설한 청와대 정책실을 중심으로 직접 챙기겠습니다.” 지난해 5월 31일 제22회 바다의 날을 맞아 전북 군산시 새만금 신도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새만금을 중국과의 경제협력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 정책의 골격을 짠 국정 기획자문위는 100대 국정과제 중 78번째 과제로 새만금을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는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새만금·군산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해제 한 것은 국내 기업에도 투자 문호를 개방해 새만금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새만금 경자구역이 유치한 외국인 투자 실적은 11억8,000만달러(신고 기준)에 불과하다. 경자구역 중 외투기업의 투자가 가장 활발한 인천 경자구역(104억6,000만달러)과 비교하면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도착기준으로 따지면 외자 유치 실적은 4억 달러로 쪼그라든다.
외국인 투자유치가 미미하다보니 개발도 지지부진하다. 전체 3개 구역 중 개발이 진행되는 곳은 1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구역은 실시계획도 수립돼 있지 않고 사업시행자도 아직 찾지 못했다.
원인은 이원적인 법 체계에 있었다. 그동안 새만금 경자구역엔 사실상 외국인투자기업만 투자가 가능했다. 현행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 대상을 외국인 투자기업에만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광양만권·부산진해·황해·새만금군산·대구경북·충북·동해안 등 8곳 경자구역에 일정규모 이상 투자한 외투기업은 5~7년간 법인·소득세 감면, 관세 면제, 임대료 감면, 노동규제완화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국내 기업도 땅을 사들여 투자할 수 있지만 혜택이 없다 보니 투자에 나서는 기업이 없었던 것이다.
정부가 2016년 법 체계 일원화를 결정한 뒤 새만금 특별법에도 경자구역 수준의 외투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등의 혜택과 국공유재산 임대 등의 혜택을 넣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2017년부터 외국인투자 협력기업에도 토지 임대료 감면 혜택이 주어졌고 이번 경자구역 지정해제로 제도 정비가 완료됐다.
정부도 이번 구역지정 해제로 국내 기업의 투자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지부진한 외국인 투자 유치에 목메지 않고 규제 샌드박스 등의 적용을 통해 국내 기업의 투자도 새만금에 유치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특히 이번 구역 지정해제는 유럽연합(EU)이 공개적으로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기업 차별 조항을 철폐하라고 지적한 뒤 나온 첫 조치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EU는 지난해 말 우리나라는 조세분야의 ‘블랙리스트(비협조적 지역)’으로 분류했다가 우리 정부의 시정 조치를 받고 난 뒤 가까스로 제외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정부는 하반기께 투자지원제도 개편을 통해 경자구역과 자유무역지구 등 외투기업에 차별적 혜택을 주는 경제특구를 통합하는 방안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투자법 통합을 통해 투자지원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후 경자구역과 자유무역지구의 통합 방안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