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비하면 훨씬 규제가 미미하고 투자 기회는 더 많습니다.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나와야 합니다.”
서울경제신문, 서울경제 SEN TV와 함께 한중 비즈니스포럼을 공동 주최하는 최보영 상해씨앤와이 대표의 ‘당부’다. 최 대표는 거의 일 년 내내 중국에서 머물며 한국 기업들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마케팅 전략, 미디어 활용법을 컨설팅하고 때로는 양국 기업들의 통로 역할도 맡는다.
최 대표는 시장성 있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중국에서 더욱 날개를 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무엇보다 규제가 적어 운신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그는 “예를 들어 한국에서 생체정보를 이용한 안면인식·홍채인식 등은 개인의 동의를 구해야 이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로 분류돼 마음껏 적용하기 어려운 반면 중국은 관련 규제가 없다”며 “한국과 달리 중국은 일단 허용한 다음 문제가 생기면 관련법을 만드는 식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이 쉽게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하는 안면인식 솔루션 기업 ‘쾅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아마존고(GO)’처럼 중국에서도 이미 손님의 얼굴을 인식해 결제까지 자동으로 연결되는 무인상점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또 다른 참가기업인 졘24는 내년 말까지 중국 전역에서 무인 편의점 점포를 1,000개 이상까지 늘릴 계획이다.
두 번째 이유는 투자 유치다. 최 대표는 “한국에서는 투자 유치에 성공해도 수십억원 수준이지만 중국은 규모가 다르다”며 “반드시 중국으로 나오시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보다 먼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솔루션 등이 활성화된 중국 시장에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한국에서 잘 팔린다는 자신감만 갖고는 빅데이터로 승부하는 중국 시장에서 적응조차 할 수 없다”며 “중국의 신소비·신유통 트렌드에 맞춰 통째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최 대표는 한국 기업들의 흔한 실수로 ‘안이함’을 꼽았다. 아직도 중국인들이 ‘한국 브랜드’ 하나만으로 지갑을 열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는 “지금껏 봐온 한국 대·중소기업들 중에서 중국에서 잘하고 있는 회사, 중국을 잘 알고 있는 회사는 거의 못 봤다”며 “한류 열풍도 거의 가라앉은 반면 중국 제품의 수준은 높아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제품 품질로만 승부하려는 전략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조언이다. 중국에서 공유경제 개념이 확산되면서 소비행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꼭 사야 하는 물품과 그렇지 않은 물품에 대한 구별이 뚜렷해졌고 브랜드에 혹하기보다 저렴하면서도 좋은 제품을 골라내는 안목도 높아졌다”며 “한국 기업들은 이 같은 변화에 대책도 없이 예전 그대로 머물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지난해 한중 비즈니스포럼의 키워드는 ‘왕훙’이었다. 중국 블로그,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왕훙들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올해는 동영상 마케팅에 보다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최 대표의 조언이다. 그는 “이번 포럼에 참석하는 비디오자자처럼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적용한 동영상 검색과 광고가 확산되고 있다”며 “최근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마케팅 솔루션은 단연 동영상”이라고 설명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