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그루밍족’이라 부른다. 그루밍족이 늘면서 지난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1조 2,800억 원까지 성장했다. 최근에는 여성 화장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눈썹 칼까지 남자들이 구입하고 있다. 붉은 색으로 변하는 립밤도 인기를 끄는 등 남성들의 화장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CJ(001040)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3~2017년) 남성화장품 카테고리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인원 화장품이나 헤어왁스 등이 인기를 끌었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붉은 빛으로 발색 되는 립밤, 눈썹 정리 도구, 보정속옷 등이 남성들의 핫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2월에 올리브영에 입점한 ‘낫포유(NOT4U)’의 ‘키스밤 립밤’과 ‘세븐피엠(SEVENPM)’의 ‘멀티 남자 립밤’은 출시 첫 달에 비해 3월 매출이 5.4배 늘었다. 키스밤 립밤은 하얀색 제형으로 겉보기엔 평범한 보습용 립밤이지만 입술에 바르면 생기 있는 붉은색으로 변하는 반전 제품이다. 여러 번 덧발라도 차이가 크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은 화장을 원하는 남성들의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남성들은 인상을 좌우한다는 눈썹 모양을 다듬기 위해 ‘남성용 눈썹칼’을 찾기도 한다. 얇은 셔츠를 입을 때도 속살이 비치지 않게 하는 ‘남성용 니플밴드’와 다리 숱을 정리해주는 ‘남성용 다리 숱 정리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제품의 매출은 올 1~3월 전년 동기에 비해 90%가 늘어났다. 코털제거기를 구입하는 남성들의 손길도 늘고 있다. 수동 코 가위와 자동 코털면도기도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색 상품도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보정 속옷’이다. ‘네오바디’는 군살이 보이지 않도록 몸매를 잡아줄 수 있게 설계된 제품이다. 이 상품은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다가 올리브영을 통해 매장에 진출하며 시장성을 입증했다. 실제로 지난해 올리브영 강남본점에서 남성용 보정속옷의 매출은 글로벌 유명 브랜드 면도기 매출과 거의 차이가 없을 만큼 높게 나타났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외모에 대한 높은 관심,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등이 남성 화장품 시장의 급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4월 1일부터 16일까지 남성 상품 매출이 올해 1월 같은 기간에 비해 81% 증가하는 본격적인 면접 시즌을 맞아 관련 상품의 매출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